우화등선(羽化登仙)은 안 하시고바둑 두는 재미에 그만...- 이상옥의 디카시 <적선인(谪仙人)>중국이라고 하면,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전통적이거나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더구나 한국에서 중국을 생각하면 '공자 왈' '맹자 왈' 따위의 유교적 이미지의 본산이라는 생각이 앞서 '글로벌 중국'과는 잘 매치가 안 된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노인들이 한가롭게 장기를 늘 두는 모습을 보면, 글로벌 중국을 생각하기보다는 동양적 전통의 본산이로서의 전통적 중국을 떠올리게 된다. 하루는 유심히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머리가 하얀 노인 한 분은 곧 우화등선하여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은 신선의 풍모다. 장기 두는 속세의 재미에 빠져 하늘 생각도 망각하고 있는 적선인(谪仙人)인가, 하고 멋대로 상상해 보기도 했다.
신선 같은 풍모로 야외에서 장기 두는 중국 노인들 야외에서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장기 두는 노인들만 보면 신선 운운 할 만큼 오늘의 글로벌 중국과는 거리가 멀게 보이지만, 개혁 개방의 중국은 지금도 G1으로 향해 성큼성큼 가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프로젝트다. 등소평의 명으로 처음 시작된 '백인계획(百人計劃)' 프로젝트는 중국의 인재 중시 전략의 효시로 알려 있다.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해, 첨단기술과 신흥산업을 발전시키고 우수인재 육성하는 백인계획 프로젝트가 현재 시진핑의 중국에서는 '만인계획'의 초대형 국가급 프로젝트로써 향후 10년간 1만 명의 우수 과학인재를 지원한다고 한다.
지난 8일 하남성의 성도 정주시 정주천아성국제호텔에서도 하남성 제3회 해외고급인재 초빙 및 프로젝트 조인식이 열렸다. 정주경공업대학교를 통해서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하남성이 해외고급인재를 유치해 발전을 꾀하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았다.
먼저 영상으로 보여주는 하남성의 현주소와 미래의 청사진은 깜짝 놀랄 만했다. 아파트 주변에서 한가롭게 장기 두는 신선 같은 노인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글로벌 G2 중국의 실체가 확 눈으로 들어와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됐다. 회의는 시종 한국어를 비롯하여 중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통역기가 제공되는 국제 규모로 진행됐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여러 나라 대표자들도 메시지를 발표했는데, 한국 대표로는 김영애 한중문화경제우호협회 회장이 단상에 올라 축사했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하는 중국 중국이 고급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서 세계 곳곳의 인재들을 자국으로 모여들게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에서 일자리 구하기에 급급한 청년 대학생들의 모습이 어찌 중첩되지 않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표를 모으기 위해 온갖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에게 있어, 우수 청년두뇌들이 해외로 유출되기 전에 고국에서 대우 받으며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속히 마련해 주는 일보다 더 급한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