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바르가스, <트라이던트>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살인도구들을 접할 수 있다. 총이나 칼은 물론이고 도끼나 톱, 활도 있다. 특정한 살인도구에 집착하는 연쇄살인범들도 있다. 그런 도구들은 대부분 살인범들의 과거 기억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그런 도구들은 다소 원시적인(?) 성격을 가진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사람을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각종 무기들이 만들어지지만, 이상하게도 연쇄살인범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트라이던트>의 살인범도 그렇다. 34년 동안 8차례의 살인행각을 벌인 그는 특이하게도 삼지창(트라이던트)을 사용한다.
삼지창을 사용하기에 시신의 몸에는 세 군데의 상처가 남는다. 이렇게 독특한 무기를 사용하면 꼬리를 밟힐 가능성도 그만큼 많을 텐데도 그는 계속해서 삼지창만을 고집한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작품의 무대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해서 캐나다로 이어진다. 수십 년 간 이어져온 살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살인범의 정체와 연쇄살인의 동기도 궁금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왜 하필이면 삼지창을 사용할까' 이 부분에 더 호기심이 생긴다.
<트라이던트>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 양영란 옮김. 비채 펴냄. 14,000원.마크 엘스베르크, <블랙아웃>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마크 엘스베르크는 <블랙아웃>에서 대규모의 장기간 정전을 가정하고 있다. 전기가 끊긴다면 생활하는데 있어서 모든 것이 불편해진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전기가 끊겼다. 그리고 그 정전은 하루이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열흘이 넘게 이어진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정생활은 물론이고 직장에 출퇴근하기도 힘들어 진다. 장기간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기공급을 회복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칠 가능성이 많다.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작품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정전이 시작되서 전 유럽으로 정전사태가 번져간다. 대규모 정전이라는 가정과 그에 따르는 전문적인 이론이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열흘 넘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수와 라면, 휴대용 버너에 사용할 가스 등을 잔뜩 사두려고 할 것만 같다. 랜턴에 사용할 배터리도. 깔끔 떠는 성격만 아니라면, 그것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이다. 정전사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블랙아웃> 마크 엘스베르크 지음 / 백종유 옮김.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15,000원.최재원,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살다보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도 기찻길 위에서 '나 다시 돌아 갈래!'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그것이 헤어진 연인과 관련되어 있다면 어떨까.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지만 결국 맺어지지 못했던 과거의 연인. 남녀가 헤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연인을 붙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에서 주인공은 헤어진 연인을 찾아서 과거로 돌아간다. 약간 황당한 설정일지 모르지만 주인공의 심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되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여행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런 모든 점을 감수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이유가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최재원 지음. 황금가지 펴냄.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