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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오월어머니집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18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4월 11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은 이날 팽목항에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오월어머니집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18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4월 11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은 이날 팽목항에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라는 제목으로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 5.18 기념재단

[기사 수정 : 13일 오후 1시 48분]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가장 슬픈 위로."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 보내는 이 위로는 작년 4월 11일, 오월어머니집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18 단체 회원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내건 현수막이다. 하지만 이 위로는 여전히 "원통함"을 거두지 못한 채 누군가의 마음속에 그대로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있다.

"나에게 오는 16년 04월 13일의 투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꺼내주는 일이다.
나에게 오는 16년 04월 13일의 투표는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는 기회다.
나에게 오는 16년 04월 13일의 투표는...
아무리 아파도 아이들과 잡은 손을 놓치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너무나 아프고 또 아픈 간절함... 그게 나의 투표다."

4.13 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저녁, 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투표를 독려하며 남긴 글이다.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고 최윤민양의 언니 최윤아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표"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그림을 올렸다. 빨간 원을 배경으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단원고 학생들을 붙잡고 있는 형상을 나타내는 '투표 독려' 그림이다. 이 그림은 현재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렇게, 오늘 하루 4.13 총선에 임하는 한국의 유권자들은 세월호 2주기의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살아만 있었다면, 생애 처음으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단원고 희생자들을 대신하는 투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투표 독려'가 뼈아픈 의미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 세월호의 진실뿐일까. 투표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같은 맥락에서, 피해야 하는 인물과 선결해야 할 문제에 천착하는 정당을 가려내는 게 바로 투표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세월호 진상 규명을 필두로 소수자·약자 문제를 외면하는 후보들과 정당에 대한 철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투표일에까지 이러한 문제적 인물들을 되짚어 봐야 하는 이유다.

떠나간 아이들의 첫 번째 투표, 누가 훼손하나

 세월호 유가족 최윤아씨의 투표 독려 그림.
세월호 유가족 최윤아씨의 투표 독려 그림. ⓒ 페이스북 갈무리

"세월호 점령군에게, 은평에 온 지 3주 밖에 안 되는 후보에게 우리의 은평을 맡길 수는 없다."

지난 11일, 서울 은평갑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를 비방하며 당원들에게 돌린 문자 메시지 내용 중 일부다. 야권 단일화로 수세에 몰리면서 '세월호 점령군'이란 극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이다. 같은 날,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2014년에만 탈북자들 1200여 명을 알바로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을 바라보는 여당과 자칭 '애국보수' 세력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면들이라 할 만하다.

총선 선거운동 시작 이틀째인 지난 1일, 안산을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심심한 사과" 운운했다. 한 마디로 '뻔뻔한 선거용 제스추어'가 아닐 수 없었다. 총선 직전,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7개 정당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4대 정책 및 12개 세부 실천과제에 대한 실행 의지를 물은 결과, 오직 새누리당 만이 '정당 차원의 답변'을 거부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416연대는 지난 3월 24일,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심재철, 조원진, 하태경 등 현역 의원들을 포함해 18인의 '세월호 모욕' 총선 후보 명단 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교로운 건지 당연한 결과인지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들이다. "제 자식이 세월호에 탔어도 그랬을까"라는 원성을 자아냈던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기어이 살아남는지 지켜볼 일이다. 

소수자와 약자들을 위한 당신의 소중한 한 표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용인정에 출마한 표창원 후보는 선거 막판 새누리당이 제기한 '포르노 합법화'와 '동성애 옹호'에 관한 공격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그는 지난 11일 결국 "성경에서 금지한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저도 반대한다" 등의 발언이 포함된 입장을 내놨다. 기독교 보수층의 표를 의식한 듯한 기이한 논리의 발언은 오히려 성소수자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렇듯,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와 약자들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이나 입장들도 총선 이후까지 반드시 체크해야 할 대목이다. 세월호 문제와 마찬가지로 제 이익과 정당의 논리 앞에 언제라도 표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후보들은 걸러내고, 정당은 심판해야 한다. 그러한 영향력이야말로 '총선 이후의 삶'을 도모하는 유권자의 권리다.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여성주의자 커뮤니티인 '페미당'은 성평등을 가로막는 정치인 TOP3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김을동, 황우여 후보를 꼽았다. 이들을 포함해 또한 구체적인 정책과 발언을 기준 삼은 성평등을 가로막는 정치인 24명은 더민주 김진표 후보나 국민의당 박지원 후보 등 야당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다.

성소수자 유권자운동인 '레인보우 보트' 역시 일찌감치 12명의 성소수자 혐오의원 리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란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박영선 더민주 후보와 유세장에서 "다른 건 몰라도 동성애 찬성 후보는 막아야 한다"는 막말을 작렬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1, 2위로 꼽혔다.

이밖에도 '부적절한 후보' 명단은 차고 넘친다. 한국대학생연합은 나경원·심재철·오세훈 후보 등이 포함된 '반값등록금 도둑들 6인' 명단을 내놨고,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 노후를 불안하게 만든 후보 19인'의 리스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6 총선네트워크는 이를 종합해 지역별, 의제별 명단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9일 마친 전국 사전투표율 12.19%, 오전 10시 현재 전국 투표율 11.2%. 17대 60.6%와 18대 46.1%, 19대 54.2%과 비교해 20대 총선 투표율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지금, 투표에 참여하는 당신의 한 표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으려는 후보를, 소수자와 약자를 무시하는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재차 강조하지만, 투표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다.   

 지난 2008년 6.4 재보궐 선거 당시 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던 강원 고성군 선거 결과.
지난 2008년 6.4 재보궐 선거 당시 한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던 강원 고성군 선거 결과. ⓒ mbc



#4.13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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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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