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민 여러분들의 깊은 뜻, 가슴 깊이 새기겠다. 준엄한 민심 앞에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13일 오후 11시께 서울 종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낸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는 담담한 표정으로 낙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패했다.
그동안 오 후보는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후보에 앞서 승리가 점쳐져 왔지만 선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와 관련 오 후보는 "주민투표 이후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데 대해 유권자 여러분들의 노여움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다"며 자신의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 중 대선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여러 오해를 불렀고 부담이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 후보는 "당분간은 그동안 고생하며 지지해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선거 뒷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종로구를 위해 내건 여러 공약을 새누리당 시·구의원들의 도움과 협조를 받아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계속 정치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낙선한다면 정계 은퇴나 지난 서울시장 사퇴 이후처럼 칩거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추측을 일축한 것이다.
오 후보는 소감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기죽지 말라"며 격려한 후 박수 속에 사무소를 떠났다.
서울 종로구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명실상부 '정치 1번지'이자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라는 여야 거물급 인사의 맞대결로 큰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오 후보가 당선만 된다면 친박계 강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며 김무성 대표와의 힘겨루기가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낙선하며 강력한 대선 후보로서의 화려한 정계복귀도 잠시 미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