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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기표소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20대 국회는 민심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위해 성숙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북한 핵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를 비롯해서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합니다."

4.13 총선 하루 전까지도,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개입'을 멈추지 않았다. 12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쏟아낸 저 말들은 사실 국민들의 눈치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산으로, 대구로, 또 충북으로, 전북으로 전국을 누빈 박 대통령의 '행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비아냥이 쏟아지는데도 붉은색 패션을 고집했을 만큼 박 대통령은 독선적이고 '불통'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 "민심" 응답했다. "우리(유권자)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국회를 탄생"시켰다. 정확히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난 4.13 총선은 그래서 더더욱 확실한 "정권 심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심은커녕 오로지 3년 넘게 자신만을 위한 국정운영을 해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 말이다.

"박근혜 탓"... 민심과 외신 한목소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새누리당 122석.

웬일인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총선 결과에 침묵하고 있다. 그렇게도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며 파행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국회탓으로 돌렸던 그 대통령이 말이다.

행여나, 누구 탓을 해야 할지,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아직까지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고민 중이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전혀 고민할 것 없다. 보수언론을 포함해 모든 언론이 빠짐없이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몇몇 14일자 신문 사설 제목만 꼽아 봐도 이 정도다.

여당 참패, 박근혜 대통령 확 바뀌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과 親朴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 <조선일보>
민심은 집권 세력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세계일보>

심지어, 외신들까지 박 대통령의 그간 정책을 열거하며 총선 결과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위안부 한일합의를 비롯해 한국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일 언론은 물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간 한국은 정치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왔다"고 꼬집었다. 영국의 BBC는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깊게 실망했고, 우리는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안형환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의 자평을 전하기도 했다.

투표로 심판한 '민심'은 물론, 국내외 언론까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에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남탓'을 할 작정인가. 단 한 번만이라도, "겸허히 수용한다"거나 "반성한다"는 목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는 건가.

"책상 쾅쾅" 그만하고 '진짜 경제'에 매진을 

 박근혜 대통령을 패러디한 <무한도전>의 한 장면.
박근혜 대통령을 패러디한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한마디로, 인과응보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보여준 '막장의 정치'를 감안한다면 말이다. 청와대발 '북풍'을 비롯해 종편을 필두로 한 '정권바라기' 방송들의 전폭적인 지원, '읍소정치'와 진박 마케팅, 그리고 대통령 본인의 선거개입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고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패배했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을 보라. 4년 전 19대 총선과 비교해 각각 13%p, 6%p 상승했다.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국정과 정부여당을 운영해 온 데 대한 청년층의 심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더불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 못한 정부는 투표로 심판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말마따나, 무능한 정부에 대한 전국민적 심판이기도 했다.

그러니 부디, 이번 총선 결과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수용하시라. 그리고 반성하시라.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음을 자각하란 얘기다. 개헌이든, 대권주자 양성이든, 이번 총선으로 인해 차기 권력을 도모하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만약, 국정원을 동원하려 해도 청와대가 내친 조응천 당선자를 보유한 야당이 이번만큼은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오만한 국정운영이라면 탄핵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니 부디, "책상을 쾅쾅" 두드릴 시간에 이제는 그 책상에서 오직 '진짜' 경제 공부에 매진하시길. 창조경제 운운하며 정부와 여당이 파탄내 버린 경제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박 대통령 본인이 살길이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 이번 총선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한 메시지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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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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