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합도시건설청(아래 행복청)이 세종시 거리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게시물과 현수막을 철거한 것과 관련, 세종지역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행복청의 행태가 "시민들의 엄숙한 마음을 훼손한 야만적인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와 민예총세종지부, 세종YMCA, 전국공무원노조세종지부 등 세종지역 20개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로 구성된 '세종시세월호참사2주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세월호 추모 게시물을 철거하고 훼손한 행복청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행복청은 '불법현수막'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세종시 종촌동에 내걸린 족자형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행복청은 '민원'을 이유로 30여 장의 현수막을 철거했고, 그 중 20여 장은 크게 훼손됐다.
[관련기사 : [세종시] 왜 '세월호'만? 정부, 추모 현수막 철거 논란]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고, 행복청은 세월호 현수막 철거를 일단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현수막이 훼손되어 다시 게시하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이 현수막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통해 게시된 것이며, 모금자의 이름까지 기록되어 있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순수한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간절하고 엄숙한 마음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이해할 수 없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조용하고도 엄숙하게 국민적인 비극을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 참여를 조직하고 시민의 뜻과 마음을 모아왔다"며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304명의 학생과 시민을 상징하는 이름을 세워놓고 그 넋들을 상징하는 운동화를 전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고사리 같은 학생의 손으로 모은 모금과 시민들의 정성, 세종시청의 협조로 시민 합동분향소도 만들어 지난 11일부터 시민들과 함께 애도기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런 경건한 추모의 분위기에 세종시의 건설을 담당하고 도시경관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의 손에서 기가 막히고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학생과 시민의 모금으로 모금자의 이름이 선명히 박혀진 추모 게시물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벌건 대낮에 일어난 이번 일은 국가기관의 '집행'이라는 형태로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더 큰 충격이며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행복청의 세월호 추모 게시물 철거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번 추모 게시물은 거리의 가로등에 설치된 깃발봉을 이용해 부착한 족자형 현수막으로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교통과 통행인의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사리 어린아이의 손에서부터 시작, 손자손녀같은 희생자들을 가슴에 묻은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작은 정성을 모아 제작된 것으로 추모기간이 지나면 깨끗하게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청이 '민원'을 이유로 이를 철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 같은 시각 같은 지역의 미신고 게시물을 방치한 채 세월호 추모 게시물만 표적으로 철거한 점 ▲ 시민모금을 제작된 사유재산을 국가기관이 무단으로 훼손한 점 ▲ 철거 방법에 있어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게시물을 훼손한 점 등을 볼 때 '불순한 의도와 목적'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법원은 지난 해 세월호 추모 게시물을 무단으로 훼손한 시민에게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이 이러한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저지를 그 의도와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끝으로 "이번 행복청의 행태는 넓게 보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며, 공권력을 위임 받은 국가기관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민원의 실체 공개'와 '게시물 철거 근거 공개', '책임자 징계', '행복청장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한편, 행복청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어 철거에 나섰으나 관련 단체의 항의로 철거를 중단했다"며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게시물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수시로 철거해 왔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