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토요일 낮 지난 3일 날 심은 감자밭을 찾아갔습니다. 정확히 13일, 약 2주일 만에 감자 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구간에서 나온 말똥을 넣고 삽으로 땅을 파서 뒤엎은 다음 골을 타고 감자 씨를 묻었습니다.
땅에 묻은 감자 씨가 싹을 틔우는 데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얼마나 깊이 묻었는지, 아니면 얇게 묻혔는지,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지, 비는 얼마나 자주 오는지 따위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서 싹이 나오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감자 골 사이에는 작년에 심은 감자 씨가 땅 속에 남아 싹이 나왔습니다. 이 싹은 지난 3일 묻은 감자 씨에서 나온 싹보다 더 크게 자랐습니다. 땅속에 남아 있는 씨들은 생명 그 자체입니다. 목숨을 지키고 있다가 주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생명을 키워냅니다. 생명은 싹은 띄우고, 자라서 새로운 씨를 만들어 퍼뜨립니다.
이제 나오기 시작한 감자 싹은 앞으로 더 이어서 다른 곳에서도 나올 것입니다. 눈을 옆으로 돌리자 한 뼘 이상 자란 감자 줄기가 보였습니다. 땅에 검정 비닐을 덮어서 일찍이 감자 씨를 묻은 것입니다. 이제 곧 캐도 될 정도로 자랐습니다.
감자는 씨를 묻은 뒤 대략 석 달이 지나면 감자를 캘 수 있습니다. 씨를 묻고 수확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 짧고 추운 시베리아 등지 에서도 감자를 많이 재배합니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키워서 수확한 감자는 보통 지하실에 보관하여 한 해 동안 먹거리로 사용합니다.
감자는 가지과로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지가 원산지입니다. 일찍이 유럽 사람들에게 전해져 세계에 널리 펴졌습니다. 감자는 쌀, 보리, 밀에 이어서 네 번째로 많이 먹는 먹거리입니다.
처음 감자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마령서(馬鈴薯)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가이모(ジャガイモ)라고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감자는 고구마를 뜻하는 중국말 감저(甘藷)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캔다고 하고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감자를 뜻하는 일본말 자가이모는 처음 감자가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자바가 바뀌어 자가가 되었고, 이모는 땅 속에서 캐는 것들을 이모(いも, 芋)라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감자를 지실(地実)이라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누리집>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www.nature.go.kr, 2016.4.16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