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서 사월로 접어들면 마당하고 뒤꼍하고 마을 논둑을 따라 흰민들레가 눈부십니다. 나는 이 흰민들레씨를 고이 받아서 곳곳에 묻어 줍니다. 아이들은 동그란 민들레씨를 후후 불어서 바람에 날립니다. 사월이 무르 익으면서 동백꽃은 찬찬히 스러지면서 후박나무에 후박꽃이 하나둘 맺히려 합니다. 찔레나무에도 새로운 싹이 오르면서 짙푸른 빛깔을 더합니다. 바야흐로 찔레싹을 훑을 수 있는 철입니다.
소쿠리를 챙겨 뒤꼍에 섭니다.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뒤꼍에만 서도 찔레싹을 잔뜩 훑을 만합니다. 우리 집 뒤꼍에 찔레나무가 언제부터 자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작은 새가 찔레알을 먹은 뒤에 감나무나 후박나무에 앉아서 똥을 찍 누었기 때문에, 바로 감나무하고 후박나무 곁에서 몇 해 앞서부터 찔레나무가 줄기를 뻗는구나 싶어요.
올해에는 찔레나무 새 줄기가 힘차게 뻗습니다. 이러면서 찔레싹도 잔뜩 나옵니다. 지난해에는 살짝 앙증맞은 찔레꽃잔치를 누렸는데, 올해에는 찔레꽃에 앞서 찔레싹을 즐기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찔레가시 때문에 따갑다면서 찔레싹을 좀처럼 못 훑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곁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딱따구리가 벌레 잡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놉니다. 나는 손이며 손가락이며 찔레가시에 찔리고 긁히면서 소쿠리 가득 찔레싹을 훑습니다.
찔레싹은 날로 그냥 먹어도 되고,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무쳐서 먹을 수 있어요. 봄날 봄맛을 북돋우는 봄밥이 되기를 바라며 밑반찬으로 삼으려고 된장무침하고 고추장무침을 해 봅니다. 고추장무침은 날찔레를 그대로 무치고, 된장무침은 찔레를 데쳐서 무칩니다.
아이들이 매운 것을 못 먹을까 싶어서 된장무침을 했는데, 살짝 매워도 고추장무침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제는 고추장무침으로만 하자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소쿠리 가득 찔레싹을 훑습니다. 우리 식구가 먹을 찔레무침은 지난주에 잔뜩 했으니, 두 집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부치자는 마음으로 고추장무침을 합니다.
아침 내내 찔레싹을 훑습니다. 택배로 보내려 하니, 데쳐서 무치기로 하고는, 찔레무침에 섞을 솔(부추)하고 곰밤부리를 마당에서 뜯습니다. 마늘을 다지고 소금하고 감식초하고 들기름으로 양념을 마련해서 석석 무칩니다. 맨손으로 찔레무침을 하다가 자꾸 뜨끔합니다. 찔레싹을 훑다가 가시가 찔리거나 긁힌 자리가 뜨끔합니다.
반찬통에 찔레무침을 소복히 담습니다. 짤막하게 편지를 씁니다. 마을 할머니한테도 드리자고 생각하며 꽃접시에 찔레무침을 수북히 담습니다. 아이들하고 마을회관에 들고 가서 한 접시를 내밉니다. 찔레무침을 밥상에 얹어 낮밥을 먹다가 문득 떠올라서 '찔레무침' 이야기를 동시로 써 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읽을 '우리 집 이야기 동시'입니다.
찔레무침아침 내내가시에 찔리고 긁히면서찔레싹 훑어큰 소쿠리 가득 채운다.고추장 들기름 솔 곰밤부리 감식초 마늘골고루 넣어 찔레무침을 한다.나한테는 살짝 매운데할아버지한테는 어떨까?예쁜 반찬통에 꾹꾹 눌러담아고운 상자로 야무지게 싼다.편지를 한 장 쓴다.'할아버지, 맛있게 드시고 허리 얼른 나으셔요.'사월바람을 가르며자전거를 달려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