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파병지의 비극은 외면한 멜로판타지최근 해외 파병 전투부대 특전사 장교와 의료봉사단 여의사 사이의 이국 땅에서의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는 로맨스 외에도 군인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국제시장>에 그랬듯이 이 드라마가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며 칭찬하기에 나섰다.
혹자는 이 드라마가 군국주의, 아제국주의(亞帝國主義, subimperialism)의 냄새가 난다며 위험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임을 생각하면 기우에 불과하다. 전장에서 피어난 멜로판타지로 포장된 이 드라마는 굳이 허구로 포장하지도 않은 미국의 전쟁에 파병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도 전쟁에 의해 겪어야 하는 민중의 참혹한 고통은 외면함으로써 젊은이들로 하여금 전쟁을 쉽게 생각하게 만드는 점은 경계할 만하다.
지난해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기(아릴란 쿠르디, 당시 3세)의 차가운 시신을 기억하는가?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고통과 슬픔이 바로 전쟁에서 기인한 것이다. 중동 국가들의 내전에 개입한 강대국들에 의해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이역만리 고행길에 나섰다.
비좁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안전한 지역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유독 거기를 비껴가고 예전처럼 똑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별도의 지역을 현실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한국군 장병이 목숨을 걸고 가야 할 곳이 한반도 북단이 될 수 있으며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고통스런 처지가 우리가 겪어야 할 운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위험의 가능성이 지금 2016년 3, 4월에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전쟁 판도, 속전속결-장기 불안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속한 특전사 부대는 파병지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한다. 미군 점령지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점령군과 그 동조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세력과 싸운다. 이미 점령한 지역에서의 '재건'을 위해 완전히 소탕하지 못한 무장세력을 궤멸시키는 전투를 수행하는 것이다. 미군은 이를 '안정화 작전'이라고 부른다.
2001년 미군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은 15년 넘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2003년 이라크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급기야 IS(이슬람국가)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몇 주 혹은 몇 달밖에 걸리지 않은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이 작전으로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을 소요하고 많은 사상자를 발생 시키게 된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아직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아니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한미연합군이 훈련하는 주요 작전이 바로 이 '안정화 작전'이다. 포항에서 진행되는 '쌍용훈련'으로 불리는 한미 해병대 상륙작전이 '안정화 작전'의 시작이다. 항공기와 미사일 등의 공습을 통해 북한 지휘부를 초토화시켜 점령한 후 '재건'을 하려면 끈질기게 저항하는 무장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는 전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안정화 작전이 민군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군'이 전투를 통해 수행하게 된다. 북한보다 군사력이 훨씬 미약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국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을 볼 때 한반도에서 이 작전이 실제로 구현되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작전계획 5015, 선제타격 전술과 함께 가는 '안정화 작전'올해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연습'부터 한미 양국은 2015년 6월 서명한 작계 5015를 적용하고 있다. 작년까지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작전계획 5027을 연습했다면 바뀐 작전계획은 '선제타격' 계획을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 지휘부와 핵무기 및 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700여개 목표물을 설정하고 연습하고 있다.
이번 '키 리졸브 훈련'에서 '작계 5015'의 핵심인 4D작전(탐지ㆍ교란ㆍ파괴ㆍ방어)도 선보였다. 이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공격징후가 보일 경우 사전에 이를 파악해 파괴하는 작전이다. '공격징후'만으로도 선제공격이 가능하므로 결코 방어적이라 할 수 없고 매우 공세적인 작전계획이다.
게다가 '공격징후'의 판단은 철저히 한미연합사령부의 실세인 미국이 하기에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맞이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선제공격은 당연히 미국이 할 것이고 그 명분은 '북한의 공격징후'로 정해져 있다는 얘기이다. 북한의 반격이 불가능하도록 지휘부와 주요 공격무기에 대한 선제 타격 후 우왕좌왕하는 북한군을 상륙부대가 지상전을 통해 제압한다는 시나리오이다.
한 동안 언론에서 섬뜩한 명칭의 작전명이 떠돌았다. 이른바 '참수작전'이다. 이슬람 테러단체를 연상케 하는 이 '참수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의 특수부대가 한반도로 들어온다 하여 정말 말 그대로 조용히 들어가 목을 베어 오는 작전인 줄로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 공식 설명에 따르면 정식 명칭이 아니라 지휘부를 제거하는 선제타격 개념을 '알기 쉽게' 비공식적으로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하지만 연일 쏟아지는 '참수작전을 적용한다'는 언론보도에 전쟁에 환호하는 일부가 열광했고 북한은 이에 대하여 격하게 반발하였다.
위험한 선제공격 연습, 작계 5015에 따른 한미연합 군사훈련지휘소 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그것을 실행에 옮겨보는 야외기동훈련 격인 독수리 연습이 3월부터 4월까지 진행 중이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민간에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올해는 2015년에 비해 30% 이상 증강된 군사력으로 시행되고 있다. 전력 규모도 늘어났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의 가공할 첨단 군사력이 모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다. 항공모함, 핵잠수함, 강습상륙함 등 주요 해군 전력 이외에도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항공 전력이 모두 동원되었다.
세계사의 많은 전쟁이 군사훈련 도중의 충돌을 빌미로 발발하였다. 남쪽은 한미 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두 달간 막강한 전력이 실탄발사를 해 가며 훈련에 돌입해 있고, 정부의 수장은 핵문제 해결방법으로 '폭정 종식' 등을 언급하며 '북한체제 붕괴'를 노골적으로 밝히며 한껏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전쟁이 나면 강대국들이 개입한 중동의 내전과는 비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다. 전쟁을 게임이나 드라마를 통해 접한 젊은 세대들이 실제 전쟁에서 총을 들고 북의 저항세력과 지옥 같은 전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난민행렬을 봐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새 황폐한 도시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가 서울이나 평양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