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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문학이 말했다. 대저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도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데 있으며,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자라나는 것입니다.' - 98쪽

앞 글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이고 뒷 글은 2200년 전 중국 한나라 시절, 소금과 철과 술의 전매와 균수법 등의 재정정책을 두고 벌였던 논쟁 중 일부입니다.

작금, 우리나라 여당 원내대표였던 어느 정치인은 앞에 말을 남기며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출당조치 아닌 출당조치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 옛날 한나라 때 근본이 도였다면 이 시간 우리나라 체제의 근본이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고 가치는 바로 헌법 제1조라 생각됩니다.

맞습니다. 골격이 반듯하면 나머지 것들은 다 반듯합니다. 골격이 튼실하면 나머지 것들도 다 튼튼합니다. 정치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근본을 강조하는 게 배신의 정치가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작금, 대통령이 말하면 받아쓰기에 여념 없는 국무위원들 모습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메모를 할 필요가 있을 때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받아쓰기를 하듯 비슷한 모습으로 구부정하게 구부려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은 왠지 권력에 주눅 들어 있는 삭막한 정치풍경으로 읽힐 때가 없지 않습니다.

정치의 모습이 원래 이런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옛날, 산 사람을 가죽 벗겨 죽이고, 생식기를 무참히 없애는 게 국법이었던 야만의 시대, 최고 통치권자가 곧 하늘이던 천자시대에도 정치는 토론이었고 논쟁이었습니다.

2200년 전 정책 논쟁 <소금, 쇠, 술>

<소금, 쇠, 술> (지은이 환관 / 편역 임덕화 / 펴낸곳 도서출판 자유문고 / 2016년 3월 30일 / 값 14,000원)
 <소금, 쇠, 술> (지은이 환관 / 편역 임덕화 / 펴낸곳 도서출판 자유문고 / 2016년 3월 30일 / 값 14,000원)
ⓒ 도서출판 자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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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쇠, 술>(지은이 환관, 편역 임덕화, 펴낸곳 도서출판 자유문고)은 중국 한나라 때 소금과 철과 술의 이용과 유통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을 기록한 <염철론>(鹽鐵論)을 번역해 엮은 내용입니다.

이 논쟁은 서한(西漢)의 소제(昭帝) 시원(始元) 6년(B.C 81년) 2월, 조정에서 소금과 철(鹽鐵)에 대한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이 토론에는 공경대부 등 고위 관리들과 현량, 문학 등 소장 관리들이 참여하였으며, 이를 환관(桓寬)이 간단하게 기록한 내용입니다.

승상 차천추의 주재 하에 소금과 철 그리고 술 전매와 균수법 등의 재정정책을 두고, 이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폐지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논쟁합니다. 날카롭습니다. 거침이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국무총리쯤이 주재하는 회의, 그게 설사 간담회 정도라 할지라도 하위직 누군가가 이처럼 날카롭게 비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거침없습니다. 

집권세력 그리고 신진세력인 유학자들이 정치의 근본과 백성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부러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군주가 부를 고르게 하지 않게 되면 백성들은 만 배나 격차가 나는 부자와 가난한 자가 있게 된다. 이것이 어떤 이는 1백 년을 쓸 수 있는 여유로 쌓아 두기도 하고, 어떤 이는 술지게미도 없어 못 먹는 까닭인 것이다.' - 40쪽

'어사가 말했다. 물에 수달이 있게 되면 연못의 물고기는 고달파지고, 국가에 포악한 신하가 있게 되면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중략)

국가를 다스리는 도道는 더러운 것을 제거하고 힘자랑을 하는 호협豪俠한 자들을 없앤 연후에야 백성들이 고루 평등해져 각각의 집에서 편안할 것입니다.' - 107쪽

오늘날 정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현안들이 다 거론됩니다. 국가의 근본에 대해 논하고,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논합니다. 국가 주도의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논하고, 힘에 의한 통치는 결국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도 주장합니다.

백성을 편하게 하는 길도 논하고, 백성의 삶이 안정되어야 국가가 부유해지고, 빈부격차가 나라의 큰 적이라는 것도 강조합니다. 통치자의 측근이 바르지 못하면 간사한 것들이 일어남을 경고하고, 정사가 바르면 자연재해도 큰 해를 끼치지 못함도 주장합니다.

나라에서 독과점하고 있던 소금, 쇠, 술에 대한 경제 정책적 논쟁이지만 오늘날 정치지도자나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청렴, 도덕, 공평, 국가의 의무, 역할 등이 다 거론되며 논쟁됩니다.

'오늘날에도 지위에 있는 자들은 이로운 것만을 보고 해로운 것을 헤아리지 않고, 얻는 것만을 탐하고 부끄러운 것을 돌보지 않으며, 이로운 것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말을 바꾸고 재물로써 죽음과 바꾸는 것입니다.' - 138쪽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려는 수구세력, 국가독점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신진 세력 간 벌어진 이 논쟁의 결과는 소금과 철에 대한 정책은 유지, 술 전매법은 폐지로 결론 납니다.

신진세력들이 주장했던 게 다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정책을 두고 이렇듯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는 건 받아쓰기에 바쁜 작금의 정치인들이 뒤돌아보며 추구해야 할 또 다른 가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치의 본질,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염철론>은 군주가 절대 권력으로 통치하던 봉건주의에서 조차 정치는 토론이고 소통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가늠자입니다. 뉴스 영상으로 보았던 그 모습, 대통령이 하는 말을 메모하기에 여념 없는 국무위원 모습과 잘못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학과 현량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상상되는 건 시공을 초월하는 정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정치 본질은 논쟁에 의해서 싹트고 논쟁에 의해서 지켜지며 발전하는 근본일 거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대한민국 근본은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주장하는 게 배신의 정치가 되지 않는 정치 마당이 구현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소금, 쇠, 술> (지은이 환관 / 편역 임덕화 / 펴낸곳 도서출판 자유문고 / 2016년 3월 30일 / 값 14,000원)



소금, 쇠, 술 - 중국 한나라 때 소금과 철과 술의 전매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기록!

환관 지음, 임덕화 편역, 자유문고(2016)


태그:#소금, 쇠, 술, #임덕화, #도서출판 자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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