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챙기는 명절(?)이다. 그러나 호주에서 이스터데이는 큰 대목이다. 쇼핑센터나 호주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이 날 대부분 휴식한다.
"이스터데이 때는 술을 미리 사둬야 돼. 안 그럼 못 사."호주에 3년 째 사는 친구가 말했다. 멋도 모르고 술을 안 사뒀다가 아예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결국 가게에서 비싸게 주고 샀지."우리나라의 설처럼 쉬어야 하는 날이란 인식이 있는 듯하다. 스시집도 쉰다. 물론 연휴 4일 전체를 쉬지 않는다. 하루 건너 하루 쉰다. 그나마 내 휴일과 겹쳐 주급 손실은 덜하다. 명절에 일하게 되는 2일은 추가 주급이 붙는 건가.
"그날도 똑같이 나와요. 오지잡은 좀 다를텐데."동료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한인잡에게 일은 똑같은 시급으로 계산된다. 휴일이나 명절 관계없이. 이스터데이 날 만난 친구는 오지잡에서 일한다. 그곳도 캐시. 그런데 1.5배를 더 받았다고.
"쉬는 날에 일하면 당연히 주는 거라던데? 여기서는 쉬는 날 중요하게 여기잖아. 세금 안 내도 줘야할 건 줘야 된다는데 한인잡은 안 그러나보네."모처럼의 휴일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고민하던 중 친구가 말했다.
"올림픽 파크에서 '이스터쇼'하는데 거기 가봐."이스터쇼는 이스터데이 때 하는 행사다. 올림픽 파크에서 진행되는데 마침 휴일과 겹쳤다. 호주에 갓 온 또 다른 지인과 함께 가기로 했다.
이스터쇼를 보기위해 탄 트레인. 트레인이 어마어마하게 조정된다. 올림픽 파크로 수송되는 특별편이 개설된다. 몇 군데 핵심 역(스트라스필드, 센트럴) 밖에 멈추지 않는다. 올림픽 파크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린다. 올림픽 파크에 내리자 가득한 사람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할 것 없이 많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표를 구입했다. 오후 4시 이후에 들어가는 가격은 30불. 생각보다 비싼 편이다. 기자는 이스터쇼라는 얘길 들었을 때 일종의 '파티'로 생각했다. DJ들을 모아다가 음악을 들으면서 술마시고 노는 축제. 예상과는 달리 이스터쇼는 호주의 '산업'을 소개하고 판매를 하는 자리라고.
입구를 들어서니 다양한 업체들이 입주해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조금 걸으니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가 가득하다.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칠 수 없다. 이미 주위 아이들의 표정은 '저건 꼭 타야돼'라는 미소를 짓고 있다. 놀이기구를 지나자 공산품을 파는 홀이 나온다. 안에는 밀리터리 제품부터 기묘한 철제 모형까지 다양하다.
밖으로 나오니 동물들이 보인다. 축산업 코너다. 안에는 양부터 시작해 말, 돼지까지 각종 동물들이 우리 안에 갇혀 있다. 조금 일찍 오면 말을 타고 직접 이스터쇼 행사장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직접 만질 수도 있고 먹이를 줄 수 있다. 슬쩍 말에게 당근을 줘보기도 했다.
행사장 안에는 '콜스'나 '울워스' 같은 호주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호주 전통 산업에 대한 홍보를 이 자리에서 한다고. 영세업체도 이 자리에 부스를 받아 참여한다. 양털부터 벌꿀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헤어, 뷰티와 같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다. 'DJ'가 하는 파티가 아닌 호주 산업 전반이 참여하는 파티인 셈.
길을 따라 걸으니 올림픽 스타디움이 보인다. 안에서는 투우부터 오토바이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있었다. 시간대별로 다른 볼거리가 이어지는 모양. 날이 좀 밝을 때 가니 투우를 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오토바이 묘기가 이어졌다. 이스터쇼의 하이라이트는 불꽃놀이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불꽃이 터진다. 한 번 쭉 터지는 게 아닌 음악에 맞춰 터지는 불꽃.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폭죽놀이가 끝나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지만 사고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고 양보를 자주한다. 하나의 미덕인 모양. 게다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무언가 도전을 하고 있다면 응원을 해준다. 나가는 길에 오래 버티기를 하고 있던 동양인 소년에게 주위 사람들이 'keep going!'을 외치며 응원해준다. 그 소년이 떨어지자 같이 아쉬워하는 모습.
"호주 사람들 친절해 착하고."문득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호주에서 이스터쇼는 한 번쯤 볼 만한 볼거리다. 물론 여러 번 보는 건 비추다. 30불이란 표값은 1회로 충분하다. 가족이나 연인이 오기에는 좋지만 워홀러로서 구경오는 것은 한 번이 적당하다. 이스터데이에는 올림픽파크로 가는 교통편이 증설되니 교통편에 대한 걱정없이 한 번쯤 갔다 오기를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