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북한산 성벽길을 걷고 왔습니다. 날씨가 화창하여 걷기에 좋았습니다. 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습니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서 연신내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효자비에서 내리니 오전 11시 30분입니다. 여기에서 숨은벽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한 오솔길로 천천히 산행하기 좋습니다.
이날 산행은 효자비-숨은벽-백운대-용암문-동장대-대동문-대성문-대남문-구기동탐방지원센터로 하였습니다.
숨은벽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대부분 밤골이나 사기막골에서 시작하는데 저는 효자비에서 오르는 길을 좋아합니다. 30분 정도 걸으면 밤골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만나고 숨은벽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여 땀 좀 흘리며 가야 됩니다. 그러나 숨은벽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야! 멋지다. 장관이다"라는 탄성을 지르게 되어 힘들게 올라온 보상을 한꺼번에 받습니다.
이날은 연휴 기간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숨은벽에 올랐습니다. 점심 때라 전망대 주변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전망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숨은벽 능선길을 천천히 올라 갑니다. 앞에는 10여 명의 등산객들이 숨은벽을 오르고 있는데 그 중 몇 분은 청각 장애인들입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면서 산을 오르던 중 멋진 경치가 있는 곳에서 제게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합니다. 멋진 포즈를 요구 하면서 몇 장을 찍어 주었습니다.
숨은벽 암벽 코스에는 암벽 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숨은벽 능선을 오르던 등산객들은 암벽 타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암벽을 오르는 모습과 주변 풍광이 잘 어울립니다. 마음 속으로 '나도 한 번 암벽을 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훈련이 필요하고 장비가 필요 합니다.
친구 중 한 명이 한동안 암벽 등산에 빠졌는데, 어느날 아내가 암벽 등산을 하는 것을 알고 심각한 얼굴로 "여보 우리 이혼 합시다"고 하더랍니다. 이 친구가 갑자기 놀라 "무슨 소리야" 했더니 "위험한 암벽 등산하는 당신과는 마음이 불안하여 살 수 없어"라고 했답니다. 그 친구는 평생 아내와 싸움 한 번 안 하고 살았는데, 암벽 등반 때문에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소릴 들었다며 그 뒤로 암벽 등반을 접었습니다.
숨은벽 능선을 오르다가 암벽을 타는 곳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 등산로는 바위 너덜 지대로 오르기 힘든 코스입니다. 그러나 백운대를 올랐을 때 그 멋진 경치를 생각하며 천천히 올라 갑니다.
계곡을 힘들게 올라와 백운대로 향합니다. 인수봉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이 암벽을 타고 있습니다. 암벽을 타면서 서로 이야기 하는 소리가 제 귀에도 들립니다.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 오는 사람이 많아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백운대 정상에 올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왔습니다. 특히 태극기가 있는 정상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제가 태극기가 있는 정상에 오르려면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20미터 거리를 30분 이상 기다려야 되다니... 세상에서 가장 정체되는 길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넓은 바위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십니다. 옆에 있는 여성 옆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비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주면 가까이 다가와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비둘기를 무척 싫어하는지 "야, 비둘기 저리가!'라고 소리치면서 비둘기를 피합니다.
백운대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는 위문을 거쳐 용암문으로 향합니다. 이 등산로로 가면서 백운대를 바라 보면 백운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길도 완만하여 무릎 부담도 적습니다.
노적봉을 지나 용암문에 도착하였습니다. 평소에는 용암문을 지나 중성문으로 하산하는데 이날은 성곽길을 걷고 싶습니다. 동장대를 향하여 성곽길을 걸어 갑니다. 성곽길은 정겹고 운치가 있어 힘든 줄 모르고 걷습니다.
동장대에 오르면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장대는 시야가 좋은 곳에 있어 지휘관이 군사들을 지휘하던 곳입니다. 동장대를 지나 성곽길을 걷다 보니 성곽 옆 바위틈에 보라색 붓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등산로 옆에는 붉은 철쭉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대동문에 도착하니 넓은 공간에 휴식하기에 좋습니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주변 풍광도 아름다워 성곽길 걷기를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도 중성문을 거쳐 북한산성탐방센터로 하산할 수 있는데, 대남문을 거쳐 하산하는 것이나 거리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대성문을 향하여 걷습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지나온 길과 백운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조금 더 걸으면 보현봉과 문수봉이 보이고 성곽길도 잘 조망되는 곳이 나옵니다.
대성문과 대남문을 거쳐 구기동탐방센터에 도착하니 오후 6시입니다. 식사시간 포함 산행 시간이 6시간 30분입니다. 이날 조금 긴 산행을 하였는데 성곽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경치도 보고 몸도 단련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