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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70대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40대 남매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살인사건 현장의 모습.
10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어버이날인 지난 8일 70대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40대 남매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살인사건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친족 범죄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살인이다."

어버이날인 8일 친아버지 A(78)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0일 붙잡힌 B(48·여)·C(43)씨 남매를 두고 한 경찰관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어버이날 아버지를 살해했을까?

B씨 자매는 사전에 철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이틀 전인 6일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사하겠다고 예약한 뒤 이삿짐을 꾸렸다.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세들어 사는 오피스텔 주인에게도 이사할테니 권리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8일 인적이 드문 새벽 베낭에 짐을 꾸려 아버지 아파트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A씨는 최근 사귀던 여성의 집에 이틀간 머물다 이날 오전 8시께 집으로 돌아왔다.

B씨 남매가 어버이날을 핑계로 여자 친구집에 머물던 아버지를 유인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치 아버지가 아침에 귀가할지 아는 것처럼 조용히 집에서 기다렸다.

아버지가 귀가하고 한 시간여 뒤에 다시 CCTV에 모습을 드러낸 B씨 남매는 7시간 전 들어갈 때와는 다른 옷으로 말끔히 갈아입고, 양손에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짐꾸러미를 들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어딘가로 사라졌다.

범행을 저지르고 옷에 튄 핏자국 등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된다.

아버지를 살해한 내용도 충격이다.

경찰에 따르면 흉기에 찔리고 둔기로 맞은 아버지 A씨의 사체는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B씨 남매는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감추기 위해 대형 고무용기에 아버지 시신을 눕히고, 그 위에 이불을 10채나 겹겹이 쌓아놓은 채 빠져나왔다.

그들이 나오자 전자식 잠금장치가 달린 아파트 현관문은 자연스럽게 잠겼다.

경찰은 용의자가 특정되기 전까지는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미루어 원한으로 인한 범죄로 여겼다.

범인이 다름아닌 친딸과 아들인 것으로 사실상 드러나면서 그들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B씨는 교회 전도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으나 최근에는 다니던 교회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주변인에 따르면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남매는 모두 미혼이며 7년여 전 친모가 사망한 뒤 아버지 집에서 나와 함께 독립했다.

B씨는 2010∼2011년 아버지에게 폭행당했다며 신고했고, 2011년에는 두 차례나 아버지를 상대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어버이날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를 알고자 모두 이들의 입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들은 붙잡힌 직후부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친부 살해#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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