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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꼬리가 드디어 잡혔다. 도무지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던 추선희 사무총장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포착된 것이다. 추선희 사무총장의 잠적으로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어온 검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단독]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풍자 동영상' 유병재 고소)

어제 온라인에서는 한 편의 패러디 영상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유병재씨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고마워요, 어버이'란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에는 주인공(유병재)의 아버지가 일당 2만 원을 받고 '가스통' 시위에 나서는 모습이 나온다. 또 주인공의 아버지는 '종북언론'이 왜곡보도를 했다며 갖은 욕설을 퍼붓지만 정작 무엇이 왜곡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몰라..."라고 대답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발끈한 추선희, 스스로 '잠적 해제'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최근 어버이연합 풍자 동영상을 만든 방송작가 유병재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1일 검찰에 고소했다. 유씨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어버이연합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올린 바 있다.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최근 어버이연합 풍자 동영상을 만든 방송작가 유병재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11일 검찰에 고소했다. 유씨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어버이연합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올린 바 있다. ⓒ 유병재씨 유튜브

이 영상이 뒤늦게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잠적했던 추선희 사무총장 때문이었다. 그는 어버이연합을 풍자한 듯이 보이는 해당 동영상에 발끈했고 급기야 동영상을 제작한 유병재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이 소재 파악에 애를 먹던 추선희 사무총장을 다름 아닌 유병재씨가 세상 밖으로 불러낸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잠적한 추선희 사무총장이 직접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났으면 범의 입에 얼굴을 들이밀었을까. 해당 영상이 그를 얼마나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측은 "영상은 어버이연합이 가스통 시위를 벌이는 단체이며, 어버이연합은 일당 2만 원을 받고 시위에 동원된다는 허위의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유포되었다"며 "공연히 허위사실을 담은 영상을 제작,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림으로써 어버이연합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어버이날을 앞둔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고 반발했다.

동영상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어버이연합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그들은 가스통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적이 없다. 둘째, 그들은 일당을 받고 시위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병재씨가 제작한 동영상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된다.

이는 애초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어버이연합 측이 내세우고 있는 일관된 주장이다. 친정부 집회를 열 때마다 전경련으로부터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었고, '일당 2만 원'을 시인한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가스통 시위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군복을 입고 가스통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은 '고엽제전우회'나 'HID 특수임무수행자회' 등의 보수단체가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측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가스통 할배=어버이연합'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과 가스통이 하나로 묶이게 된 데에는 시위 때마다 나타나고 있는 그들의 과격함과 호전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들이 자초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가스통 할배=어버이연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가스통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유병재씨가 제작한 영상에 등장한 주인공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다. '고엽제전우회'나 'HID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이 어버이연합 회원이 아니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면밀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불안한 어버이, 풍자에 정색하다  

 지난달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사실 유병재씨가 제작한 영상은 패러디에 불과하다. 해당 영상에는 단 한차례도 '어버이연합'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어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버이연합 측이 영상에 등장하는 '어버이'를 자신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해의식의 발로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세태를 풍자하는 패러디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만큼 저들의 심리가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방증이다.

잠적했던 추선희 사무총장이 유병재씨를 고소함으로써 오리무중에 빠져 있던 '어버이연합 게이트' 수사가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제 발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 추선희 사무총장이 자신과 어버이연합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병재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안이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핵심 쟁점과 중복되는만큼 검찰도 분발해야 한다. 유병재씨의 번뜩이는 기지가 만들어낸 천재일우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행방이 묘연했던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피의자를 찾아낸 유병재씨의 노고를 봐서라도 검찰은 성심성의껏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이는 검찰의 위신 및 체면과 직결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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