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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I got to realize each tiny gesture I can make is just the beating of a butterfly's wing
난 내가 할 수 있는 각각의 작은 몸짓들이 단지 나비의 날갯짓 한 번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But it grows and it grows
하지만 그것은 자라고, 그것은 또 자라죠
As the laws of chaos show
카오스 이론이 보여 주듯이
As it grows and it grows
그것이 자라면서, 또 자라나면서
We can change the world we know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죠
Revolutions can begin
혁명이 시작될 수 있고
And a hurricane can spin
허리케인이 휘몰아칠 수 있죠
From the beating of a butterfly's wing
나비의 날갯짓 한 번으로부터

Steve Barakatt – The beating of a butterfly's wing 가사 중



내가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을 떠올리자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고등학교 시절, '브리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을 서울시 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알게 된 노래였다. '브리스'는 하자센터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한 분이었고, 나는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창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성적과 연예인 말고 다른 얘기 해보자'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내 삶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거기서 만난 인연들의 존재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난 거기서 '사회에서 말해주지 않는 수많은 다양한 삶의 길들'의 존재를 알았다. 시야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법을 배웠다. 그 모든 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끊임없이 늦은 밤까지 우리와 소통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브리스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토리콘서트 당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스토리콘서트 당시. ⓒ 혹이심

20대로 들어섰을 때, 브리스에게 "사회를 바꾸겠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무슨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걸까요"라고 물어본 일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궁금증이기도 했고,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시의 우리 같은 청소년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당신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많은 청소년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은 무슨 힘을 바탕으로 살아가느냐고.

"꼭 나같은 사람만 있을 필요는 없어. 누군가는 사업가가 되어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운동하는 곳에 대가 없는 기부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정치인이 되어 정책을 만들 수도 있지. 누군가는 언론인이 되어 너처럼 기사를 쓸 수도 있을 거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찾기 위해 공부하고, 그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행하면 세상은 변하는 거야."

브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 날 깨달은 건 첫날 들었던 노래처럼, '나비의 날갯짓'이었다. 사소해보이기만 하는 그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듯,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아온다. 각자 개인이 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들이 모여 세상은 나은 곳으로 변한다. 그 말을 듣고 '모든 것은 변한다'(Todo Cambia)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도 떠올렸다.

그 노래도 브리스가 내게 알려준 것이었다. 브리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각자 자리에서 세상을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나를, 많은 청소년을,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게 됐다.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개인이 개인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다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개인이 개인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다 ⓒ Georgia Walach

스승의 날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스승을 찾기는 쉽지 않다. 스승은 사전에서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게는 그런 스승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나비의 날갯짓에 대해 생각한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인생의 길을 밟기 시작했으니까.

사회가 내 뒷목을 잡고 강제로 그들이 정해놓은 길로 우리 모두를 데려가려 할 때, 나는 다른 곳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내 스승의 닉네임인 '브리스'는 '숨'이라는 뜻이 있다. 정해진 길에 갇혀 답답할 내 삶에 숨을 틔워주신 분이다. 오늘 같은 날은 숨이 틔워진 순간과 그 숨을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최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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