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아오던 낙동강 일대 공원의 관리 업무를 민간업체에 맡기려 하고 있다. 시는 "예산을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기하는 방법"이라고 항변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렇게 좋으면 부산시부터 민간업체에 맡겨보자"라 응수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낙동강본부)는 제252회 부산시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낙동강 생태공원 관리 사무의 민간위탁동의안'을 제출했다. 이 동의안에는 현재 부산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관리하던 5개 공원의 관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는 동의안의 제안 이유를 "공원 관리의 효율성을 기하고 공원관리 전문 업체 위탁관리로 전문성을 강화하여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라고 밝히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 동의안은 오는 20일 관련 상임위인 도시안전위원회를 거쳐 23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기간제 관리방식 개선을 다짐했던 낙동강본부는 그 이유를 "무기 계약 근로자 전환 소송 문제점 발생"때문이라고 꼽았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따라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민간위탁 추진이다.
이는 그동안 부산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 전환에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부산시는 앞서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하는 공원 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것이 문제가 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불법 해고라는 판정을 받기까지 했다.
부산시는 끝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 내용이 연속성이나 전문성과 관련이 없는 단순 작업"이라며 "계약 기간 만료에 의한 정당한 계약 종료"라고 해고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대법원의 판례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시의회 찾아 위탁 동의안 거부 촉구법적으로 고용 의무를 피해 나가기 어렵게 된 부산시는 이번에는 민간위탁을 할 경우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부산시의회를 설득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을 고용해 발생하는 54억 원의 공원관리 예산이 민간위탁을 할 경우 37억 원까지 줄어든다는 게 부산시의 계산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부산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연대(정책연대)는 "민간위탁의 경우 일반관리비 5%, 이윤 10%, 부가가치세 10%를 감당하고도 예산이 절감된다는 것은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진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으로, 인원을 최소화하여 노동강도는 무척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의 정책 추진이 정부의 비정규직 고용 안정 대책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연대는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더 낮은 임금과 더 높은 노동강도를 통한 예산절감은 공공기관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책연대는 이러한 내용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부산시의회 앞에서 열고 시의회에 민간위탁 동의안 거부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산시는 민간위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낙동강본부 관계자는 "공원 관리 업무만 하는 외부 업체에 일을 맡기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207억 원의 한 해 예산 중 비정규직 인건비만 52억 원에 달해 예산절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용 책임을 다하지 않기 위해 민간위탁을 하려 한다는 비판에는 "기간제 (비정규직) 소송도 관련이 있다"면서도 "주목적은 투입 예산보다 효과가 작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낙동강본부 측은 "민간업체는 인원을 줄여야 수익이 나니 인원을 줄일 수 있지만 일을 잘하는 근로자를 뽑으면 되니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민간위탁을 한다고 근로 조건이 나빠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