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죽고 있어요.""17일 새벽 1시, 나는 살아남았습니다."서울 서초구 한 건물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살해 당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추모 장소까지 마련됐다. 그곳에는 하얀 국화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거나 '나는 여성이라 유영철보다 먼저 죽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메모가 붙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7일 새벽 1시경 서초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김아무개씨(34)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과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밝힌 김씨는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 물결은 SNS에서 먼저 시작됐다. 해당 사건이 보도된 이후, SNS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범행의 표적이 된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혐오 범죄에 분노를 표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표현하자는 제안에 따라 '강남역 살인남'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현재 트위터에는 #강남역살인남, #살아남았다 등의 해시태그와 '여성혐오', '호신용품', '여자라서' 등의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 목록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늘(18일) 오전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의 아이디는 '0517am1'로, 사건 발생일과 시각을 뜻한다.
여성 혐오를 지적하는 콘텐츠를 SNS에 유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3'은 18일 오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라며 해당 사건을 설명한 카드뉴스를 올리고,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씩 놓고 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활동가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라고 명명되었는데, 이런 범죄가 최근에 특별히 많이 발생한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계속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여성 혐오 범죄'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건 자체를 젠더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어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나의 문제, 나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함께 공감하고 추모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며 "국가에서도 살해 동기 등에 대해 분석하고 통계를 만들어,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