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희 쌤, 우리 봉사하는데, 한 달에 한 번만 오셔서 봉사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네. 갈게요. 어디에서 하는 거지요?""늘 바쁜 분이신데 이런 부탁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요."한 달 앞서, 웃음치료 강의 때 만난 '왕언니'의 전화를 받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지요. '조은소리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남숙님의 봉사 요청을 받은 거였어요. 우리 부부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한다는 걸 알고 부탁하신 거였지요.
이 언니('언니'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올해 예순아홉 어른이세요)가 말한 봉사는 바로 여러 군데 요양원을 찾아다니면서 '노래봉사'를 하는 거였답니다. 한주에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씩 가는 건데, 이번에는 구미시 형곡동 '사랑 가득한 집'에서 한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선 '악기라도 가지고 가서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드릴까?' 생각했지만, 봉사하는 곳에 음향 환경이 어떤지 몰라서 반주기만 가지고 갔답니다.
'사랑이 가득한 집'에 닿으니, 벌써 '조은소리봉사단' 단원들이 모두 와 계셨어요. 처음 뵙는 분들이 많아서 인사를 하고 얼른 반주기 세팅을 끝내자마자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답니다. 프로그램을 보니까, 꽤 많은 노래를 준비했더군요. 노래와 율동, 또 민요와 부채춤 등. 굉장히 알차게 꾸린 걸 보고 놀라웠답니다.
이 봉사단원들은 모두 우리 부부보다는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어요. 그런데도 A팀, B팀, C팀, 이렇게 나눠서 합창을 여러 곡 부르고, 한 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다른 팀들은 모두 요양원 어른들의 손을 맞잡고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흥을 돋우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가슴 뭉클하기까지 했답니다.
게다가 노래가 두 곡씩 끝나고 나면, 그 틈에 들어가서 또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공연을 하는 거였어요. 아주 오래 앞서부터 손발 맞춰서 해온 공연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노래도 어찌 그리 잘하는지 요즘은 노래방 문화가 익숙해서 노랫말을 보고 하지 않으면 잘할 수 없는데도 이분들은 하나 같이 노래를 다 외우고 익혀서 방긋방긋 웃으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환한 웃음이 끊이지 않더군요.
민요와 부채춤을 선 보여주신 한영희 씨는 우리 가락이 완전히 몸에 밴 분이었어요. 역시 우리 가락을 부르고 춤을 출 때,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무척이나 좋아하셨지요. 다소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누구나 할 것 없이 함께 박수를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는 이도 즐겁고 뿌듯하였답니다.
내 차례가 되어 어른들께서 좋아하실만한 노래를 세 곡 불렀는데, 나름대로 정말 열창을 했지요. 내 어머니 같고 내 할머니 같은 어른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듯 노래를 했어요. 모두 참 좋아하셨답니다. 여느 공연장에서 관중들과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부를 때 느꼈던 그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른들께 가서 눈을 맞추면 더욱 힘차게 손뼉을 쳐주시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답니다.
예순 아홉, 일흔 하나, 노부부의 아름다운 삶
이번 공연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는데, 아주 큰 감동을 안겨준 분들이 있었답니다. 바로 저한테 봉사공연 요청을 하셨던 오남숙(69)씨인데, 이 분은 이렇게 봉사하러 다니시려고 손수 웃음치료 자격증도 따고, 가요강사 자격증까지 수료하셨답니다. 이왕이면 어른들한테 웃음을 더 많이 나눠주고 제대로 된 봉사를 하려고 하신 거였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남편 김만규(71)씨도 함께 이런 봉사에 늘 함께 하신다는 거였어요. 이날도 남편은 MC를 보고 또 노래도 함께하면서 아내와 함께 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답니다. '예순 아홉, 일흔 하나' 본인들도 사실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다른 어른들한테 웃음을 나눠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마지막에 이 노부부가 함께 남진과 장윤정이 불렀던 <당신이 좋아>를 듀엣으로 부르는데,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는지 모른답니다. 또 두 분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답니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돌아나올때,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왜? 벌써 가려고? 좀 더 놀다가 가.""어무이, 내 이 다음에 꼭 올게. 그때까지 건강하시고 많이 웃으면서 지내야 해. 알았지?"
어르신들 손을 한 분 한 분 붙잡고 인사를 했어요. 자꾸만 더 놀다가 가라면서 다음에 꼭 오라고 내 손을 놓지 않으려하시는 어른들과 눈을 마주 대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그 아쉬워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모양은 참 여러 가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삶은 무얼까? 오늘 이 작은 경험이 우리 부부한테도 뭔가 남다른 계기가 됐답니다. 진정으로 우러나와서 하는 봉사야 말로 '아름다운 삶의 꽃'이 아닐까?
끝으로 이번 봉사공연을 마치고 남편이 블로그에 쓴 글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아, 참 아름다운 모습을 봤습니다. 지금껏 화려한 조명 아래, 휘황찬란한 무대장치에서 연주하며 익숙했던 눈이 확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날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하게 웃으면서 공연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