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새마을호가 오는 30일을 끝으로 운행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지막으로 장항선 새마을호 열차에 탑승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일호는 KTX의 개통과 함께 전국에서 동시에 운행을 멈추었지만, 새마을호는 장항선에서만 2년 가까이 운행을 이어갔다. 왜 그랬을까? 천안에서 홍성, 장항을 거쳐 익산까지 가는 장항선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154.4km의 '구불구불 외나무다리'
장항선의 시작은 천안에서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짧은 관광철도였다. 1922년 '충남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이래 점점 노선 길이를 불려나간 장항선은 1930년 장항역까지의 노선(142.7km)이 개통되면서 완성됐다. 이후 충남의 곡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보령의 석탄과 장항의 금을 캐는 역할을 해 왔다. 장항에서 군산 사이의 연락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장항 역시 북새통을 이루었다.
다른 노선들과 달리 주요한 구간들을 지나지 않았던 탓일까. 광복 이후 경부선과 호남선이 많은 물류량으로 인해 복선화되고, 중앙선이 산업적 중요성을 가지며 전철화되는 동안에도 장항선은 개량되거나 복선화되지 않았다. 현재야 일부 구간의 굴곡이 펴지고 아산으로는 서울까지 가는 1호선 전철이 들어오는 변화를 거쳤지만 대다수의 구간이 일제 강점기 선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도 생겨나고 있다. 2008년 군산과 장항을 잇는 금강철교가 개통하면서 장항선은 군산-익산을 잇는 군산선과 합쳐졌고, 충남 대신 전라북도 익산을 종점으로 하는 큰 우회노선이 되었다. 장항선 역시 선로 개량과 전철화 작업을 통해 구불구불했던 선로가 펴지고, 외나무다리인 선로도 복선화되고 있다. 도고온천역, 대천역 등이 이로 인해 자리를 옮겼고 몇몇 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1991년 장항선에 들어온 새마을호, '간이역 정차' 수모도 겪어
장항선에 새마을호가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이다. 경부선, 호남선,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에 이은 다섯 번째 새마을호 개통이었다. 아산과 삽교, 대천 등 충남 서부권을 한달음에 잇는 데다가 장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군산으로 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편리하고 빠른 장항선 새마을호를 이용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새마을호의 노후문제가 심각해졌다. 디젤로만 운행하는 PP동차(DHC 동차)를 2013년 1월 폐지하고, 이어 전기로 운행하는 ITX-새마을 열차가 등장하며 남아있는 새마을호 객차도 2014년과 2015년 사이 서서히 폐차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장항선만큼은 ITX-새마을 열차가 운행할 수 있는 전철선이 없어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새마을호 객차가 계속 달려야 했다. 또한 KTX로 인해 위상이 낮아지면서 시, 군의 중심지 역에만 정차하는 새마을호가 한때 통근열차만 정차하는 군산 임피역 같은 간이역에 서기도 했다.
30일에 마지막 기적 울린다
새마을호를 지금까지 선로 위에서 계속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장항선의 구간들이 개량되지 않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노선들이 최신, 최적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속도에 집중할 때, 광역시들을 빗겨나간 덕분인지 넓은 좌석과 세련된 객실을 가졌던 새마을호가 이곳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는 5월부터 장항선에는 객차 형태로 리모델링된 ITX-새마을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다. 전동차 형태로 운행 중인 기존 ITX 새마을 열차와는 다르게 장항선에서는 기관차가 견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