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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기후시의 가마우지를 활용하여 은어를 잡은 어부들의 생활 양식은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사진은 일몰 이후 방문객들을 배에 태워 '가마우지 어법'을 구경시키기 위해 준비 중인 현지인들의 모습. 멀리 금화산 정상에 기후성이 보인다
일본 기후시의 가마우지를 활용하여 은어를 잡은 어부들의 생활 양식은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사진은 일몰 이후 방문객들을 배에 태워 '가마우지 어법'을 구경시키기 위해 준비 중인 현지인들의 모습. 멀리 금화산 정상에 기후성이 보인다 ⓒ 정만진

100년에 걸친 전국(戰國) 시대를 마감하고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는 본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1534~1582)의 부장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미 눈치를 채었겠지만, 일본 역사상 초유의 통일 위업을 사실상 달성한 인물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그는 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 영광을 도요토미에게 물려주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1543~1616)와 더불어 "중세 일본의 삼영걸(三英傑)"로 불리는 오다는 임진왜란 발발 불과 10년 전인 1582년에 죽었다. 오다는 임진왜란 이전 약 한 세기에 걸친 국토의 피바다를 거의 말끔하게 평정했다. 하지만 그는 통일을 목전에 둔 시점에 부하 장수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 ?~1582)의 모반에 막혀 자결했다. 그 후 잠깐의 우여곡절을 거쳐 대권은 도요토미에게 넘어갔고, 통일을 완수한 도요토미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은어를 잡는 어법을 보여주는 일본 어부. 기후시가 발행한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바닷물 사이 사이로 가마우지가 머리를 길게 뽑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은어를 잡는 어법을 보여주는 일본 어부. 기후시가 발행한 엽서에 실려 있는 사진이다.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바닷물 사이 사이로 가마우지가 머리를 길게 뽑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기후시

일본 기후시를 대표하는 역사 유적이 기후성이라면 일반 백성들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은 '가마우지 어법(漁法)'이다. 이는 기후시 관광과와 기후관광협회 공동 명의로 발간, 배부되고 있는 홍보물 속지의 1면과 2면이 분명하게 증언해 준다.

홍보물의 1면은 가마우지 어법, 2면은 기후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게다가 표지도 기후성에서 내려다본 시내 야경, 가마우지 새, 가마우지 어법으로 은어를 잡는 광경, 기후성 천수각, 오다 노부나가 동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국가 지정 중요 유형 민속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유엔식량기구 지정 세계농업유산에까지 오른 이 가마우지 어법을 현지에서는 우카이(鵜飼)라 부른다. 한국 이름으로는 가마우지인 새(鵜)를 길러서(飼) 은어를 잡는다는 뜻이다. 가마우지를 길러 은어를 잡는다?

채플린까지 찾아와 구경한 '가마우지 어법'

 '기후 나가라가와강 온천여관 협동조합'이 발행한 홍보물의 표지. 5월 11일부터 10월 15일까지 행사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후 나가라가와강 온천여관 협동조합'이 발행한 홍보물의 표지. 5월 11일부터 10월 15일까지 행사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 기후장량천온천여관협동조합
기후성 아래로는 나가라가와강(長良江)이 흐른다. 이 강에는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기후의 어부들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300년 전에 은어를 잡기 위해 가마우지 어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으로 잡은 은어를 오다 노부나가는 물론 도쿠가와 이에야스,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일본인들로부터 최고의 존경을 받는 대표적 전통 시인), 메이지 천황, 찰리 채플린까지 즐겼다.

도대체 이곳에서는 은어를 어떻게 잡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후시가 발행하여 '기후시 장양천 제사 전승관'에 비치해둔 소형 홍보물은 이 어법을 '인간과 자연이 연출하는 가마우지 어법'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자연은 가마우지를 가리킨다.

어부는 가마우지를 훈련시킨다. 물론 은어를 잡는 훈련이다. 훈련된 가마우지는 어부들과 함께 나가라가와강으로 출동한다. 어부들은 배에 횃불을 밝혀 은어들을 유인한다. 불나비처럼 횃불 아래로 유인된 은어들은 이내 가마우지의 밥이 된다. 어부들은 가마우지가 잡은 은어를 가로챈다(!).

 가마우지가 은어를 토해내고 있는 장면
가마우지가 은어를 토해내고 있는 장면 ⓒ 정만진

가마우지들은 어째서 포획한 은어를 문 채 하늘로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어부 곁에 머무는 것일까? 또, 어째서 순순히 은어를 어부들에게 양도하는 것일까? 관광용 배에 올라 '가마우지 어법' 감상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고기잡이 배를 탄 어부들이 다가와 친절하게 그 전말을 설명해 준다.

어부의 설명에 따르면, 가마우지는 날아가지 못하도록 일정하게 묶여 있다. 어부들이 목 속에 이미 음식을 가득 채워두었기 때문에 은어를 물어도 '꿀꺽!' 삼키지 못한다. 그래서 어부들이 가마우지의 목을 누르면 방금 잡은 은어들이 도로 튀어나온다.

1300년을 이어온 전통 은어 잡이 방법

 배에 탄 채 '가마우지 어법'을 구경하며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배에 탄 채 '가마우지 어법'을 구경하며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 정만진

어찌 보면 가마우지를 학대하는 듯 여겨지기도 하는 고기잡이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1300년 전에 창조된 어법이다. 아직 고기잡이 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고, 먹을 것이 변변하지 못했던 당시 사정에 견준다면 그런 인식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세계농업유산으로까지 지정을 받은 일본의 중요 민속문화재 가마우지 어법은 매년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지구인들을 나가라가와 강으로 불러모은다. 쉬는 때는 날씨가 추워 은어가 나타나지 않고, 따라서 가마우지들이 은어를 잡을 수 없는 기간이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산 정상에서 하얗게 빛나는 있는 기후성 천수각의 모습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산 정상에서 하얗게 빛나는 있는 기후성 천수각의 모습 ⓒ 정만진
밤이면 나가라와라강은 인파로 붐빈다. 15인승 배의 요금은 4만 4880엔이다. 20인승은 5만 9840엔, 30인승은 8만 9760엔, 40인승은 11만 9680엔, 50인승은 14만 9600엔이다. 배마다 가득 탄 관광객들은 가마우지 어법을 구경하며 술과 식사를 즐긴다. 도시락으로 준비된 저녁 식사에는 은어도 한 마리 요리되어 얹힌다. 물론 가마우지가 직접 잡은 은어는 아닐 것이다.

뱃전에 앉아 횃불을 든 어부들을 바라본다. 어부들의 얼굴이 불빛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다. 은어를 제대로 유인하려면 바짝 마른 장작을 태워야 한다고 했으니, 어부들이 그을음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듯하다.

횃불 아래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문득문득 가마우지들의 재빠른 몸놀림도 보인다. 아주 운이 좋거나, 아니면 도시락과 술잔을 잊은 채 정신을 완벽하게 집중한 나그네는 가마우지가 은어를 포획하는 찰나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와 어둠 때문에 그같은 행운을 누리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횃불이 타오르기 이전까지는, 어둠이 짙고 공기가 맑은 만큼 별이 아름답게 빛났다. 그러나 고기잡이 배들이 횃불을 밝히며 나타난 이후로는 별들이 숨어버렸다.

그래도 강변에 우뚝 솟은 산 정상에는 하얀 성이 별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 배에 타고 있는 일본인에게 물으니, 산정에서 하얗게 별처럼 반짝이는 성은 오다 노부나가와 그의 아들, 그리고 손자가 성주로 있었던 기후성의 천수각이라 한다. 나는 속으로 '날이 밝으면 꼭 금화산을 올라 기후성을 구경해야지!'하고 다짐한다. ('이 남자 배신 없었다면, 임진왜란도 없었다' 기사 참조)


#기후성#가마우지#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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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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