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일본 시가현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뮤지엄을 찾았습니다. 이곳 미호뮤지엄(MIHO MUSEUM)에서는 여름 특별전 - 차 가마솥의 아름다움(2016.6.4(토)-7.31(일)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 전국에서 명품 차 가마솥 100여 점을 모아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는 불교와 더불어 중국에서 들어왔습니다. 이 차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불상에 올리는 제물이었습니다. 삼국유사 가운데 전하는 향가 찬기파랑가 배경설화에서 찬기파랑가를 지은 충담사 스님이 차를 잘 다린다고 하는데 나도 좀 맛볼 수 없느냐고 경덕왕(신라 제35대, 742~765)이 말합니다.
이에 충남 스님이 차를 다려 올리자 그 차는 맛이 독특하고, 멋진 향기가 났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을 보아 일찍이 스님들이 차를 우려내서 부처에게 공양하였고, 스님이나 왕을 비롯한 사람들이 차를 마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차를 마시는데 사용하는 유물들이 절터에서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차가 불교 문화와 깊이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물을 끓입니다. 물을 끓이는 것은 그릇이나 가마솥을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차를 마시기 전에도 물을 끓여서 먹거리를 데치거나 찌거나 요리하였을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차 마시는 습관을 차도로 격식에 맞춰 마시는 법도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차도입니다. 차도라는 격식이나 법도에 맞추다보니 차와 관련된 온갖 차도구가 기능을 벗어나 멋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차도는 서민 생활과는 거리가 멉니다. 서민들은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밤낮으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가진 자,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차도에 빠져들어 온갖 꾸미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차 도구를 금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쇠로 만든 솥은 나라시대부터 사용되었습니다. 솥은 물을 끓이거나 밥을 짓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차 문화의 수입과 더불어 차 가마솥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습니다.
무로마치 때는 앉아서 차 도구를 감상하기 시작했고, 무로마치 때 센 리큐(千利休, 1522.-1591.4.21)는 차도를 정리하여 차도구가 형식화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리큐를 비롯하여 유명인이나 정치인들이 사용했던 최고급 차 가마솥을 준비했습니다.
아시야 가마(芦屋釜) 솥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아시야마치 야마시카(芦屋町山鹿, 福岡県遠賀郡)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솥 겉에 새긴 무늬가 싸라기눈이 흩어진 것처럼 작은 돌기가 모여 단풍과 사슴 그림이 있습니다. 어려운 공정을 거쳐 만들었으며 무늬가 섬세하게 새겨 있습니다.
사철(砂鉄)을 숯과 섞어 섭씨 1400도로 가열하여 녹인 쇳물을 틀에 부어서 만듭니다. 14세기 중엽 남북조 때 차 가마솥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16세기 비호 세력이 힘을 잃어 에도 시대 초기 사라졌습니다. 두께는 2mm 정도입니다. 차 가마솥으로 비교적 크고, 몸통이 마치 배가 부른 여우 배와 같다고 하여 붕붕 차 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솥이 만들어지던 초기 가정용 솥과 비슷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아시야 가마솥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주둥이가 낮고, 어깨가 벌어져 있습니다. 고리걸이는 도깨비 얼굴로 되어 있습니다. 허리에 펼쳐진 날개에도 싸라기눈 무늬가 있습니다. 앞과 뒤에는 명문, 양 옆에는 가지를 펼친 소나무와 매화 가지가 새겨 있습니다.
세메히모가마 솥은 차 가마솥의 한 모습입니다(무로마치 때). 가마솥 입이 작고, 입 가까이에 덮개를 메는 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세메히모가마 솥은 차를 올릴 때 양 옆구리 고리로 덮개를 눌러 봉인하여 사용되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히가시야마(東山) 때는 어깨가 좁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모모야마(桃山) 때에는 어깨가 넓어져 몸통이 둥그렇게 되고 고리도 어깨로 옮겼습니다.
아미다도가마(阿弥陀堂釜) 솥은 차 솥 가운데 하나입니다(요지로(与次郎) 만듦, 모모야마 때). 주둥이가 몸통에서 수직으로 올라가 밖으로 말린 형태(繰口)입니다. 어깨와 몸통 사이에 도깨비 얼굴무늬 고리가 달려있고, 몸통이 수직으로 뻗어 있습니다. 아미다도가마는 센리큐(利休好)가 고안하여 요지로(与次郎)가 만들었습니다.
대, 중, 소 세 크기가 있고, 요지로의 제자들이 이어서 만들었습니다. 교토에서 많이 사용되었고, 에도 시대 리큐가 좋아했던 솥으로 가장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미다도가마는 아리마아미타도(摂津有馬, 有馬阿弥陀堂)에서 리큐가 도요토미(秀吉)에게 차를 올릴 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 밖에 아미다도의 스님이 부탁해서 만들어진 솥이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교토에 있는 오니시세이웨몽 미술관(大西淸右衛門美術館)이 가지고 있는 차가마 솥입니다. 이 미술관은 에도 때 오니시 가문 1대(淨林, 1590-1663년)에서 현재 16 대에 걸쳐서 만든 차 솥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학 가마솥은 2대인 정청(大西 淨淸, 1594-1682)이 만든 것입니다.
정청이 만든 차 가마 솥은 비교적 얕고, 겉의 느낌이 모래와 비슷한 느낌을 주며 치밀하게 마무리한 것이 특징입니다. 학 가마솥에도 이런 느낌이 스며있습니다. 날개를 펼친 학 모습이 차 가마 솥 전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대담한 발상과 기술적인 마무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일본 차도에서 전하는 차 가마솥은 100여 가지가 넘습니다. 차 가마솥의 생김새나 고리, 주둥이, 뚜껑 따위의 위치나 생김새에 따라서 갖가지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차를 마셔온 사람들의 개성이나 취향이 때에 따라서 제각각인 까닭입니다.
가는 법> JR오사카역이나 교토역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이시야마 역에 내리면 미호뮤지엄행 버스가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www.miho.or.jp/, 2016.6.4
참고 문헌> MIHO MUSEUM, 차 가마솥(極. 茶の湯釜-茶席の主), 淡交社, 2016.6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