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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서노송동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에 대한 기능전환(문화재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7일 오후 선미촌 정비 민관협의회 1차 집담회가 열렸다.

 선미촌 정비 민관협의회 1차 집담회 현장
선미촌 정비 민관협의회 1차 집담회 현장 ⓒ 문주현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집담회는 '성매매집결지의 재구성–인권의 거리로'라는 주제로 선미촌 뒷골목에 위치한 폐공가 활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관련기사 : "전주고와 5분 거리,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없어져야").

전주시는 오는 2022년까지 총 68억을 들여 선미촌 기능전환 사업을 하기로 최근 확정했다. 전주시는 2018년까지 선미촌 주변 시설 정비와 부지 매입, 공공시설 건설 등을 우선 추진하고 2022년까지 한옥마을과 연계된 전통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여성인권 및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는 공간 구성도 계획하고 있다.

선미촌 뒷 골목 폐공가, 선미촌 기능전환 씨앗 될까?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선미촌 뒷골목에 약 100여 평의 폐공가를 전주시가 매입했다. 4개의 방과 앞마당 등이 많이 훼손된 상태인 이 폐공가는 과거 성매매 업소가 있던 곳이다. 이 공간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2년 전 선미촌 걷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현재 전주시는 이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시민사회와 함께 구성한 '선미촌정비 민관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뒷 골목에 위치한 폐공가. 최근 전주시가 약 100여 평의 이 부지를 매입하여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 뒷 골목에 위치한 폐공가. 최근 전주시가 약 100여 평의 이 부지를 매입하여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7일 열린 집담회는 폐공가 활용에 대해 예술, 청년,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나와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집담회 사회를 맡은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꾸준히 선미촌 정비를 위한 민관거버넌스와 집담회가 열리고 있고, 사회적 경제 커뮤니티 구성에 대해서도 집담회를 통해 다룬 바 있다"면서 "앞으로 여성 착취의 공간이었던 선미촌을 인권의 거리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집담회를 계속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과 여성 아픔을 치유하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공간이 되어야"

이날 집담회는 전주문화재단 장걸 사무국장이 '폐공가 활용에 대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청년기획자, 건축가, 사진작가가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걸 사무국장은 "선미촌 기능전환 사업은 주민들과 성매매 집결지 여성을 비롯해 이 공간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공간에 녹아야 한다"면서 "그 마음이 문화가 된다면 즐거운 기능전환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선미촌은 묵인과 관리 아래 있었던 곳이었다. 이곳을 인정과 포용의 장소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곳 주민들의 아픔과 성매매 여성들의 아픔 등 선미촌 사람들의 아픔을 알고 공유하며 공감해야 기능전환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 공간과 거리의 기억은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규정하는 하나의 지문이다. 이 공간의 역사와 장소성을 고려하여 공공이 적절히 개입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걸 사무국장은 ▲놀기 ▲함께 바라보기 ▲약속하기 ▲남겨두기 ▲모이기 ▲먹으며 나누기 ▲공공시설물 자랑하기 등의 코드에 맞춘 기능전환 사업을 제안했다. 이들 코드에 맞춰 도시 놀이터, 선미촌 기억 갤러리, 함몰형 공원, 청춘식당과 공공조형물 등을 제안했다.

장 국장은 "놀다보면 친해지고 그러면 사람들이 많아지고 밝아진다"면서 "선미촌의 공간을 지우려 하기 보다는 밝게 해석하여 장소성을 간직하면서 청년과 여성, 시민들이 어우러진 사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매입한 선미촌 뒷 골목 폐공가. 이미 담이 무너진 이곳은 한때 성매매 업소가 성업하던 곳이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주시가 매입한 선미촌 뒷 골목 폐공가. 이미 담이 무너진 이곳은 한때 성매매 업소가 성업하던 곳이다. <사진 제공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단기간 성과 위주의 사업보다 긴 호흡으로 큰 그림 그리며 진행해야"

이날 토론에 나선 강미현 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는 "폐공가가 여성인권의 위배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인권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면서 "폐공가 자체가 안전상 철거는 불가피하지만 일부는 전시를 위해 조성을 하고 오동나무 등을 존치시켜 여성을 대하는 이중적 시각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미촌 기능전환 사업은 지금 단계에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총괄 기획자를 선정하여 일관성 있게 사업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박혜령 청년이 바라는 복지 '청바지' 대표는 "그동안 선미촌은 알면 안 되고, 가면 안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면서 "이제는 지역 주민들과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찾을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이 공간이 정말 나를 위한 곳이라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움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에서 행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근범 사진작가는 현재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단기간, 성과 위주의 문화재생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선미촌에 대해 "선미촌 앞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고, 뒤로는 여러 빌딩에서 직장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원주민과 이방인이 이 선미촌에서 교집합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며 "성적 생산 소비 공간이었던 선미촌이 공적 영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장근범 작가는 스페인 등 유럽에서 시작해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제안하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지만 공간에 대한 정서적 이해 없이 진행되는 문화재생 사업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독립된 개인들이 업무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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