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눈이 안 보여요""……."손녀 콩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째, 지난달 24일 학교에 다녀오는 길에 나눈 대화다. 먼 곳의 물체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이제 갓 초등학생인데 눈이 안 좋다니 걱정이다. 눈이 잘 안 보이면 얼굴이 찡그려져 보일 수도 있고 상대를 몰라볼 수도 있다. 실제 놀이터에서 "애가 인상을 써요"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의 근시나 원시 요인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진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혹시 인터넷 등에 중독될까 봐 철저하게 조심을 시켰다. 주위에 아이들이 게임이나 채팅 등으로 정신이 없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혹시 가족력?
병원에서는 조금 기다려 보자고 한 모양이다. 라식 수술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안경만은 쓰지 않았으면 싶다. 손녀 눈이 안 좋으니 내 탓인 듯 괜히 미안하다. 휴식도 충분히 시켜야 한다는데...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든 탓일까.
어제는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리더니 오늘은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극성스러운 모기도 한두 마리 잠을 설치게 한다. 디젤 자동차에 대한 환경 부담금 문제로 논쟁이 한창이다.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생활 엿보기
'나는 오늘 일어나자마자 어린이날 선물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그런데 어린이날 선물이 집안에는 없었다. 나는 변기통 뒤에도 찾아보았지만 거기도 없었다. 나는 여행가방도 열어 보았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그런데 난 어린이날 선물을 찾는 걸 포기했다. 내 생각에는 어린이날 선물이 엄마 트렁크에 있는 것 같다.'지난달 25일 손녀 콩이의 공개 수업에서 발표한 한 친구의 일기다. 내가 어릴 적에도 이런 발표회는 있었다. 연구발표회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의 교육 환경이 궁금하기도 하고 수준이라고 할까, 눈높이라고 해야 할까. 알고 싶었다.
한마디로 순수하다. 꾸밈이 없다. 잠에서 깨어나 선물부터 찾는 어린이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엄마가 선물을 준비하기는 한 것 같은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변기 뒤에까지 찾아보았다. 엄마는 선물을 어디에 두었을까.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쓴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공개수업이 괜찮아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3개월 동안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나 걱정은 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1학년 초등생에게 기대하는 자체가 과한 욕심이다. 각자 자율 발표하는 모습에서 교육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운동장에는 활기가 넘치고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희뿌연 흙먼지가 운동장에 가득히 날린다.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도 있고 시소를 타면서 소리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있다. 운동장 가운데서 한 무리가 공을 쫓아다닌다. 얼굴에는 흙범벅이 된 땀이 흥건하다. 공과 사람, 먼지가 운동장을 덮친다.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모습이다. 유치원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 본다. 친한 친구끼리 짝을 지어 놀다가 토라지고 다른 짝을 찾아 나선다. 한 친구를 두고 등을 돌린다. 혼자 남은 아이, 너무 서러운가 보다. 울면서 엄마에게 안긴다.
콩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제법 숙녀(?) 티가 난다. 시력이 안 좋아졌다. 교정도 좋지만 귀찮을 것 같다. 좀더 관심을 갖도록 하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간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