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맛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방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냉면은 냉면 전문점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만두집이나 고기집에서 계절 메뉴로 선보인다. 여름철에 접어든 지난주부터 광주를 비롯한 여수 주변의 냉면집을 찾아봤다. 그러나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다. 바로 근처에 두고 이제껏 몰랐다니. 여수에서 찾았다, 진짜 괜찮은 냉면집을. 이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맛집 찾기는 늘 맹탕이기 일쑤지만 이런 맛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
좋은 사람과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 맛있는 음식임에 분명
좋은 사람과 다음에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이집 괜찮다. 오늘 맛본 이집의 물냉면은 진정 맛있는 음식임에 분명하다. 음식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먹어야 진짜 맛있는 법이다. 하물며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더 바랄게 없다.
조선시대부터 즐겨먹었다는 우리 고유음식인 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섞어 반죽하는 게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순수한 고구마 녹말가루로 뽑은 면발을 사용한다. 사르르 얼린 쇠고기 육수에 말아낸 물냉면은 그 맛이 일품이다. 하얗고 기다란 면발에서 묻어나는 은은한 육향은 순간 입맛을 사로잡는다.
취향에 따라 곁들여 먹으라고 식탁에는 식초와 겨자가 놓여있다. 그러나 이집의 냉면은 그냥 먹는 게 더 좋다. 냉면육수의 순수한 맛을 즐기면서. 이곳 주인장(50. 이종성)이 동치미와 채소육수 등 갖은 재료를 다 사용해가며 만들어봤다는 냉면육수, 지금 사용하는 쇠고기육수는 그중 최고의 걸작이다. 시원하고 향긋한 육수는 한번 맛보면 은근 빠져든다.
물냉면,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북식 손만두 전문점이다. 만두를 터트려 뚝배기에 담아내 끓여낸 터진 만두가 이집의 대표메뉴다. 좀 생뚱맞지만 그래서 가게이름도 터진 만두다. 만두는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의 선택은 물냉면이다. 만두도 빚고 냉면의 육수도 직접 만들어 음식의 만족도가 높다.
반찬은 무절임과 배추물김치다. 양념장과 기본양념이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다. 오이채와 달걀 반쪽 큼지막한 쇠고기 양지 한 점을 고명으로 올렸다. 물냉면 한 그릇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겠다.
자랑할게 없다며 겸손해하는 이곳 주인장은 20년째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한다. 서울에서 장사를 했으며 여수의 터진 만두는 3년째 운영 중이다. 물냉면의 비법을 주인장에게 알아봤다.
"모든 걸 받아다 쓰지 않고 직접 만드는 거 밖에 없어요."손맛이 빼어난 걸까. 쇠고기 양지를 이용해 육수를 냈다는데 그 맛이 참 맛깔스럽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육향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물냉면 한 그릇을 남김없이 싹 비워낸 게 이 얼마만인지 기억에도 없다. 모처럼 맛있는 한 끼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