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미포조선 보전부 기계정비팀에 근무하는 김석진(55)씨는 지난 5월 4일 사내에서 기계조립 작업을 하다 다쳐 동구지역에 있는 H정형외과를 찾았다.
이 병원 전문의는 이날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거친 후 '좌측 6번 늑골골절' 진단을 내렸다. 병원측은 본인 요청에 따라 산재신청을 권하면서 대형 압박붕대 조치와 약물치료를 처방했다. 이에 김석진씨는 연휴기간이 지난 5월 9일 회사측에 진단서와 경위서를 제출하면서 산재를 요청했고 회사 측도 이에 수긍했다.
회사 측은 서류 작성을 한 후 지난 5월 28일 무렵 근로복지공단측에 산재를 요청했다. 이후 산재요양승인을 기다리던 김씨는 다친 뒤 1개월 6일이 지난 지난 6월 10일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로부터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소견이 늑골골절이 아니기에 불승인을 낼 수 밖에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김씨와 그의 가족은 '단순 산재사고를 1개월 6일이나 지나서 환자에게 결정 통보한 점,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가 정 반대 소견을 내린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외 가족은 "처음 진단서를 발부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환자에게는 자신의 진단이 명확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근로복지공단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고 골절치료가 거의 완료된 지금 시점에서 환자에게 C/T를 찍어보자고 한다"는 점도 의문점으로 들었다. 가족은 "울산대병원 관계자에게 문의 하니 지금 C/T를 찍으면 골절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석진씨 가족은 "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은 단순 산재사고를 행정절차라는 이유로 장기간 지연시켰다"면서 "그동안 언론을 통해 원청 하청 구분없이 울산지역의 많은 중·소 사업장에서 산재은폐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산재요양신청을 장시간 지연시킨행위와 근로복지공단의 황당한 결정에 정말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싶다"면서 "남편과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울산 근로복지공단 측은 "산재요청이 들어오면 의사 소견서 등을 검토하고, 외부교수(의사)에 의뢰해 산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면서 "공단이 심사하는 것은 산재가 되는지 안되는지이며 김석진씨의 경우 그리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억울하면 이의신청을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H정형외과 측은 "처음 원인파악, 진단을 하면서 종합적으로 골절판단을 했지만 공단측 자문의사에게 골절이 안보인 것 같다"면서 "공단측 결과에 따라 정확한 여부를 알기 위해 C/T를 찍자고 한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이를 반대하고 동위원소 촬영을 하자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김석진씨와 가족은 "동위원소 촬영은 10만년 전의 뼈의 이력까지 알 수 있어 골절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의신청을 하면 90여 일이 걸리는 등 많은 시간이 걸리면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김석진씨는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다 지난 1997년 8월 해고된 후 8년 3개월만인 지난 2005년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소송 승소판결을 받아 그해 8월 9일 회사에 복귀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
현대미포 김석진씨 "8년 3개월만입니다")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인 그는 그동안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는 미포투쟁 현장대책위 활동 등의 노동운동으로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받는 등 그동안 회사측과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