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한신대학교가 학교 법인과 '일부 교수·학생'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장 선출 문제로, 기독교 정신에서 강조하는 '화해'라는 말은 실종되고 '극한 대립'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남구현 교수협의회 공동 의장과 일부 학생들은 "총장 선출 시 교수들의 의견을 존중해온 그동안의 전통을 무시한 채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출했다"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 교수,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남 교수는 지난 5월 31일부터 이 문제 등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4자 협의회 개최와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일부 학생이 다음 날부터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4일부터 학생들은 총장실과 이사장실 앞을 가로막아 출입을 저지하고 있다. 현재, 총장 등은 임시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던 중, 단식 14일째인 13일 정오께 남 교수 측의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대학 당국과 교수협의회, 교직원 노조, 총학생회로 구성된 4자 협의회가 열렸다. 특별위원회 구성에 총학생회, 교직원 노조, 교수협의회는 찬성했지만, 학교 측이 답변을 미뤄 16일 정오께 다시 모이기로 했다. 그때까지 단식농성은 계속된다.
교수·학생의 단식 농성과 함께 '정관 개정' 여부에도 학교 구성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대부분 대학의 총장 선출권이 재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장 직선제'나 '총장 후보 직선제' 모두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학교, 감금과 업무방해 등으로 학생들 고발했다가 취하
이 사태는 지난 3월 31일 이사회가 강성영(53) 교수를 7대 총장으로 선출하면서 시작됐다. 이사회가 교수·학생 투표에서 많은 지지를 얻어 후보로 추천된 2인이 아닌 강성영(53) 교수를 7대 총장으로 선출하자, 학생 수십 명이 "독단적인 선출"이라고 항의하며 이사들과 20여 시간 회의실에서 대치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이사들을 감금했다고 주장하며 감금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학생 수십 명을 무더기 고발했다. 하지만, 최근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독단적 선출'이라는 비판에 대해 재단 측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교수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총장을 선출하던 관행은 없다'고 맞섰다.
지난 9일 오후 재단 관계자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정관에 따르면 총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이번 총장 선출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 총장을 선출한 관행도 없을 뿐더러, (설사 있더라도) 그건 추천일 뿐 이사회에서 반드시 그 후보를 선출할 의무는 없다"라며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 일로 논란이 커진 것은 교수협의회가 총장 후보 선출 직전에 규약을 개정해 총장 후보 선출 권한을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 전체로 넓힌 데 그 이유가 있다. 이로 인해 구성원 간 이견으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이사회 총장 선출 권한은 인정, 총장 선출 방법은 바뀌어야!"
남구현 교수 등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민주적인 방식의 총장 선출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직원노조 등은 학교 측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직원 노조는 '교수협의회 규정 개정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학교 측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직원노조 관계자는 10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규정상,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고유한 권한이기에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장 선출 직선제를 비롯해 학교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관 개정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신대 교수 일부도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채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총장 후보 선출권한을 학교 구성원 전체로 확대하는 규약 개정을 밀어붙였다"며, "교수·학생의 총장 후보자 선출은 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을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기 전인 지난 3월 21일 발표 했다.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A 교수는 9일 오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규정을 바꾸려면 교수회의 출석회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집행부는 출석 인원 과반에 못 미치는 투표 참여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이 안건(총장 후보 선출 권한을 학생·교직원으로 넓히는)은 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이사회의 총장 선출 권한은 정관 규정이기에, 이사회의 총장 선출은 유효하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관 개정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