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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의 한 골프장
충북의 한 골프장 ⓒ 박경배

14일 오전 11시, 충북의 한 골프장. 6월의 골프장도 때 이른 여름의 열기를 피해가진 못했다. 햇빛을 머금은 아스팔트는 아지랑이를 내뿜었다. 오랜만에 일상을 잊고 푸른 잔디 위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도 자연과 하나가 된 듯 즐거워 보였다. "굿 샷" 청아한 목소리를 남긴 채 카트는 저 멀리 사라졌다. 골프장에는 캐디도 있었다.

클럽하우스 1층에서 캐디들이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고 부산하게 움직였다. 각자 맡은 카트에 손님들의 골프백을 싣기 위해서다. 캐디들은 게시판에 붙은 스케줄 표를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순서대로 카트를 스타트 하우스(골프에서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1번 홀에 마련해 놓은 건물) 쪽으로 옮겼다. 모두 바쁜 스케줄 때문인지 지친 표정이었다.

한 라운드 당 캐디들이 받는 수당은 12만 원이다. 하루에 두 라운드를 뛰게 될 때 준비하는 시간까지 총 12시간의 고된 노동을 24만 원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비정규직인 그들은 회사에 어떤 것을 요구하기 힘들다.

캐디 A씨는 회사에 바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복지"라고 답하며 "나쁘게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회사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고 덧붙이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캐디들은 캐디 본인들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했다. 공이 날아와서 맞을 수 있는 홀에 안전망을 설치해줬으면 하지만 누구도 나서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감정 노동도 문제다. 한 라운드 당 4시간, 캐디들은 손님들과 한 카트 안에서 같이 움직인다. 4시간이 재밌을 수도 있지만 모든 걸 손님에게 다 맞추기엔 긴 시간이다. 볼이 잘 맞지 않는다고 캐디에게 욕을 하는 손님, 물건을 집어 던지는 손님들과 함께하는 것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캐디 B씨는 그 정도는 그냥 감수해야 하는 거라고 했다.

"이의 제기를 해도 골프장 측에서 해결해줄까 싶은 생각이 고착화 되어 있어요. 어디 다른 곳 가서 이 정도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참는 거죠. 일정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데 내가 더 골프장 측에 뭔가를 바라면 욕심인 거 같아요."

그 또한 회사 측이 가할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로 경영진의 눈에 벗어날 수 있는데 누가 그런 행동을 하겠냐는 것이다. 드물게 일부 회사에서는 대략 50명 정도의 캐디들이 노조를 결성해 과도한 근무에 대해 노동쟁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캐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시대의 흐름과 달리 역행하고 있었다. 캐디들 사이에선 예전과 달리 벙커 뒷정리를 하지 않는 사람, 코스 안에서 과도하게 음주를 하는 사람, 티업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 자기감정을 함부로 표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20년 경력의 캐디 C씨는 "예전에는 예의를 갖추면서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아니다, 돈을 지불했으니 막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문제"라면서 요즘엔 젊은 층도 많이 골프를 많이 치는데 에티켓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캐디#감정노동자#제천#힐데스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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