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종종 "글을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을 받는 일이 늘었다. 주변에서 그런 칭찬을 받을 때마다 "아뇨,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좀 더 칭찬해주세요!'라며 조금 자만에 가까울 생각을 할 정도로 즐거워한다.
세상에 칭찬받기 싫은 사람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은 적이 없었고, 운동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고, 인물이 잘생겼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나의 첫 칭찬은 글쓰기를 통해서 였고 지금도 글쓰기를 통해서 칭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하지만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받을 때마다 종종 불편한 마음도 든다. 아직 나는 내가 적는 글에 100% 만족하지 못하고, 유시민 작가처럼 유명한 작가의 글을 읽거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는 몇 블로거는 '나랑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은 나쁜 일이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때때로 공모전에 글을 써서 냈다가 낙방을 하거나 원고가 출판기획이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는 낙담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에 매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는 '오늘은 조금 더 가볍게 글을 쓰자!', '오늘은 조금 더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을 쓰자!'고 다짐하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책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다.
작가 유시민과 만화가 정훈이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책 <표현의 기술>은 내가 글을 적으면서 항상 고민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오래전에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아주 유익하게 읽어서 이번에도 책을 곧바로 사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글쓰기를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표현의 기술>은 말 그대로 우리가 말과 글을 통해서 표현하는 방법과 그 표현을 두고 벌어지는, 혹은 과거에 벌어졌던 작은 논쟁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오늘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내가 참고할 수 있는 글을 대하는 자세, 표현할 때 무엇에 목적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자세히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돈과 글쓰기에 대해 말하는 저자의 의견은 큰 힘이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가 추구하는 목표는 좋은 글쓰기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거기에 타의가 들어가지 않고,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글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추구하는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자신이 충만할 것 같다.
저자 유시민은 "글쓰기도 인생과 같습니다.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그 쌓인 경험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글은 깊이가 생겨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매력을 지니게 된다. 그것을 잘 표현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두 발로 걸으면서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없다. 한 명, 한 명의 인생은 모두 드라마틱하지만 우리는 내 발로 걸으며 늘 보는 거리의 풍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연애를 하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런 일련의 모든 과정이 표현의 기술을 쌓아가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로지 책을 읽으면서 부족한 경험을 채우고 있는데, 그렇다고 독서에 강압적으로 매달리면서 1년에 300권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접근하지 않는다.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책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표현의 기술>에서 저자 유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빠른 속도로 읽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어요. '1년에 3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어 치우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렇지만 다독과 속독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지식을 배우는 데 집착하지 말고 몰입의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한다면 굳이 빠르게 많이 읽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몇 권을 읽든, 마음을 열고 책 속으로 들어가 글쓴이가 전해 주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과 감정이 풍성해지고 삶이 넉넉해지는 기분을 맛보게 될 겁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맛이에요. (본문 154)
책 읽기는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심취하고, 마지막에는 내가 생각한 바를 글로 표현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진짜 책을 읽는 게 아닐까?
결국,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표현의 기술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표현의 기술>을 읽는 동안 저자 유시민의 글과 함께 교차되어 나오는 만화가 정훈이의 만화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저자 유시민의 이야기가 끝나고 11장부터 읽을 수 있었던 만화가 정훈이의 '나는 어쩌다가 만화가가 되었나?' 만화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서 할 수도 있고, 글을 통해서 할 수도 있고, 그림을 통해서 할 수도 있고, 그림과 글을 섞은 만화를 통해서 할 수도 있다. 책 <표현의 기술>은 글쓰기의 정석처럼 세세히 구분하여 기술을 말하지 않지만, 그 이상 것을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언제나 나를 표현하는 기술에 서툰 사람에게 <표현의 기술>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줄 한 줄 글을 읽어가면서 내 속에 쌓이는 다양한 표현기법과 누구나 관심이 있을 자기소개서, 리포트, 독후감, 서평, 비평 등 다양한 글을 잘 쓰는 법과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나는 조금 더 힘을 얻었고,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배우고 직접 느껴보아야 할 일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 적는 내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사치스러운 욕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