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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 전갑남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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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하지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때입니다. 요즘 같아서는 새벽 다섯시면 밖이 훤합니다. 예전 윤석중 선생의 <새나라의 어린이>라는 동요가 생각납니다. 귀가 박히도록 듣고, 불렀지요.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 욕심장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광복의 기쁨을 담아 어린이들에게 부지런함을 일깨우기 위한 곡이었던 것 같아요. 이른 아침, 옷을 주섬주섬 입는 소리에 아내가 잠에서 깬 모양입니다.

"당신, 밭에 나가려고?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닌데 벌써?"
"새벽에 밭에 나가면 얼마나 좋은데!"

그렇습니다. 새벽에 텃밭에 나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애써 가꾼 작물들이 이른 새벽에는 기운차게 서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시들시들한 작물들도 새벽에는 간밤에 내린 이슬을 머금고 다시 깨어납니다.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텃밭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아내도 밖에 나왔습니다.

"여보, 쑥갓꽃이 벌써 피어버렸네!"
"하지가 낼 모랜데, 꽃필 때가 되었지. 요 녀석들, 이젠 수명을 다했어!"
"쑥갓꽃이 참 예뻐요! 찻길가에 피어있는 금계국처럼요."
"어디 안 이쁜 꽃이 있남!"


아내의 눈길이 하얀 꽃으로 이동합니다.

"이건 고수꽃이죠? 고수꽃이 이렇게 피는구나!"
"꽃냄새를 한번 맡아 봐?"
"꽃에서도 고수향이 나네요!"
"향이 괜찮지?"

아내는 고수꽃향이 별로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꽃을 보고 환한 미소를 머금습니다.

쑥갓꽃, 고수꽃에 꿀벌이 날아듭니다. 꿀벌들은 꽃 하나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꽃향에 이끌려 오기는 했지만, 쑥갓꽃이나 고수꽃에는 꿀이 많지 않은가 봅니다. 벌들이 이 꽃 저 꽃 옮겨다니기 바쁩니다. 해 뜨는 아침,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이 참 예쁩니다.

쑥갓꽃부터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쑥갓꽃은 작은 해바라기꽃이라고 해도 맞을 것 같습니다. 또, 어찌 보면 국화꽃 같기도 하고요. 어떤 녀석은 꽃잎이 모두 노랗고, 어떤 녀석은 꽃잎이 흰색과 노란색이 반으로 나눠진 게 있습니다. 반으로 나뉜 게 대부분입니다. 꽃술이 있는 중앙 부분부터 노란 원을 만들고, 밖으로는 흰색입니다. 꽃술 주위 노란색 원은 계란 노른자를 사알짝 깨놓은 것 같아 볼수록 예쁘기 그지없습니다.

쑥갓꽃의 꽃말을 찾아보니 '상큼한 사랑'이랍니다. 누가 이런 꽃말을 지었을까요? 참 잘 어울립니다. 방실방실 웃는 쑥갓꽃에 '상큼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가느다란 꽃대가 하늘하늘 춤추는 고수꽃. 고수는 향차라는 이름을 가진 나물풀입니다. 고수에서 나는 냄새가 빈대냄새 같다하여 빈대풀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고수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쌈채소로 즐겨먹습니다. 나도 고수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고수는 가늘고 작은 잎과 줄기가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꽃대도 가느다랗게 올라옵니다. 꽃은 마치 안개꽃처럼 하얗게 핍니다. 고수꽃은 꽃이 모여서 여러 꽃을 만든 것처럼, 또 눈의 결정체 같기도 합니다. 바람에 살랑대는 고수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설렙니다.

쑥갓꽃, 고수꽃은 보통 해가 길어지는 하지 전후로 꽃이 핍니다. 일종의 장일식물입니다. 해가 길어지면 어떻게 꽃피울 생각을 하는 걸까요? 말 못하는 자연의 신비가 놀랍습니다.

쑥갓이나 고수 같은 작물은 자랄 때는 맛있는 잎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때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생명을 다할 때까지 기쁨을 주는 고마운 작물입니다.

그걸 아는 인간, 자연한테 정말 겸손해야할 것 같습니다.

아내는 쑥갓꽃, 고수꽃 몇 송이를 꺾어 화병에 꽂습니다. 꽃병 속의 수수한 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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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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