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했기에 대학시절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고용보험 가입한 곳만 20개가 넘었다. 기계, 전기, 화학, 원자력까지 업종도 전방위적이다. 창업대학원 시절 웹에이전시 창업에 도전했고, 온라인 쇼핑몰 관련 책을 출판하면서 우연히 강의와 컨설팅 세계에 접어들었다. 강의를 하면서 적성을 발견한 은종성(42)씨는 10년간 '디지털 보부상'으로 살고 있다.
온라인마케팅 강사 및 컨설턴트로 활동중인 은씨는 웹 제작 및 웹에이전시, 온라인 쇼핑몰 등 2000년대 웹 비즈니스 역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은 경험자다. 강사로서 그는 이론만 알고 입으로만 떠드는 앵무새형이 아닌 실무경험을 겸비한 현장형인 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은씨는 늘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2005년 모교인 대전 한밭대에 설립된 창업경영대학원 1기생으로 입학했고, 3학기째엔 아예 직장마저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시절 웹 제작 경진대회 수상경험을 살려 웹에이전시를 설립하고 정부기관 홈페이지 제작 대행업무를 시작했다.
웹분야만큼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대학시절 머리로 알던 것과 실전은 판이하게 달랐다. 홈페이지와 같은 무형의 상품은 유형의 상품과 달리 발주자의 기대치를 맞추기 힘들어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이 초과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의 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첫 사업을 6개월만에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 관공서나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사업이 생각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교훈도 얻게 됐다.
이후 B2C로 사업방향을 전환해 인터넷쇼핑몰에 도전했고 농수축산물부터 해외 주방용품 구매대행 사이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쇼핑몰 운영에 뛰어들었다. 은씨는 이때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 활동을 다해봤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 마케팅 실무를 밑바닥부터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접 겪으며 속속들이 들여다본 온라인 마케팅 세계의 경험들을 묶어서 2008년 첫 책 <인터넷 쇼핑몰 실무지침서>를 출간했고,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지식이라는 호평과 함께 여러 곳에서 강의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한창 땐 1년에 370번, 하루 13시간 강의했죠""첫 강의를 하며 '이 일이 내 적성에 잘 맞구나'하는 느낌이 왔어요. 강의료로 300만원을 받고선 직업으로 해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한창 때엔 1년에 370번, 하루 13시간까지 강의를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강의는 저에게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강의준비를 위해 공부하면서 한 번, 강의하는 도중에 입으로 말하면서 또 한번 스스로 깨우침을 얻으니까요."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굳이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지 않고도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물론 은씨에겐 실무와 이론으로 무장한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핵심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웹비즈니스가 대세였던 2000년대 '온라인 마케팅'은 누구나 배우고 싶어하는 스킬이었다. 당시 온라인 마케팅을 가르치던 강사들은 주로 개발자, 디자이너가 대부분이었다. 실무사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맞춤형 강의를 했던 은씨는 이 분야에서 단연 차별화되는 강사였다.
강의 대상은 개인부터 중소기업, 대기업, 정부기관 공무원까지 점점 확대됐고 2010년부터는 아예 운영하던 쇼핑몰을 접고 강의와 컨설팅에 집중했다. 내친김에 마케팅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쌓기 위해 박사과정까지 도전했다.
은씨는 현재 대전에 거주하며 ㈜비즈웹코리아 법인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일을 맡기는 의뢰인 입장에서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을 신뢰하는 경향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1인기업을 선택한 건데 굳이 일 때문에 서울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 노트북만 켜면 전국의 커피숍이 제 사무실이죠. 강의료도 서울보다 지방이 더 나은 경우도 많고요. 타지역 강의가 있을 땐 아내와 함께 여행삼아 갈 수도 있어요. 최근엔 서울의 강사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오면서 저도 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연간 250회이상 강의와 20여 건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10년차 1인기업 은종성씨의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한 액수를 공개할 순 없지만 제 또래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에 비해 2배 이상은 법니다. 하지만 수입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가치와 지속성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습니다. 컨설팅의 경우 경험이 쌓일수록 후발주자와는 다른 경쟁력이 생깁니다. 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거죠. 이 부분에서 저는 후발주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10년 정도 하다보니 생존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요."
은씨는 강의와 컨설팅 하는 1인기업이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으로 3가지를 꼽았다. '치열한 글쓰기, 다양한 독서, 학습모임(모여서 공부하기)', 그 중 학습모임은 1인기업의 맹점인 협업의 한 방식이자 네크워킹에도 효과적이다. 또 정보격차가 있는 지방 1인기업가들의 생존비법이기도 하다.
학습모임은 일종의 자기콘텐츠 계발을 위한 투자다. 방식은 주제를 정하고 관심있는 이들을 모아 매주 수요일 아침 7시에 모여 2시간 동안 자신이 공부해 온 내용을 발표하고 공유한다. 회비를 거둬서 책도 사보고 타지역에서 관련 세미나가 열리면 대표가 참석하기도 하면서 최대 3달동안 진행한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뺏긴다고 생각하면 멀리 갈 수 없지만 팀 단위로 함께 하면 시너지는 꽤 크다. 콘텐츠를 공유했던 사람끼리는 서로 일을 나눠서 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명확한 포지셔닝과 치열한 글쓰기를 통한 콘텐츠 생산만이 지식서비스 분야 1인기업의 살 길입니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마케팅 분야만 파고들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당장 내년에 먹고살 걱정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대비하려면 다음 콘텐츠를 찾아야 하죠."요즘 그가 관심을 갖는 키워드는 '1인기업'최근 그가 새롭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키워드는 '1인기업'이다. 2010년부터 1인기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 1인기업 관련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포지셔닝하기 위해 블로그(oneceo.co.kr) 운영을 시작했다.
블로그 글을 모아 2012년 원고를 탈고했지만 2년간 출판사를 찾지 못하다가 2014년에야 <1인기업 실무지침서>를 출간할 수 있었다. 온라인 마케팅과 달리 예상보다 반응이 미미했고 아직은 1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시장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1인기업' 대신 그가 찾은 대안은 거꾸로 돌아가 마케팅 원론과 글로벌 마케팅이다. 온라인 마케팅의 경우 얕은 스킬만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을 파고들어 이론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식서비스를 파는 1인기업이라면 중국이나 동남아를 타깃으로 한 글로벌 마케팅 역시 반드시 대비해야 할 과제다.
"강의를 하고 난 후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는 뭘 해야 할까요'? 아무리 대박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하기싫은 일은 두달만 해도 지칩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같은 강의를 하면서도 왜 누구는 시간당 5만 원을 받고 다른 이는 수백만 원을 받을까요? 바로 남의 콘텐츠를 카피해서 떠드는 것과 자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의 차이입니다. 지식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은 반드시 치열하게 고민해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