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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경년

"까르르르" "재잘재잘"... 1000만 서울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논의하는 서울시장실이 잠깐 즐겁고 유쾌한 강의실로 변했다.

22일 서울시청 신청사 6층 서울시장실. 크지 않은 공간을 호기심 가득한 청소년들이 가득 채웠다. 이들은 강화도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이다.

꿈틀리 인생학교(학교장 정승관, 이사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들어가는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현재 16-18세의 청소년 30명이 1년 과정에 참여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이 첫 질문으로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뭘 배우냐'고 묻자 한 학생이 "인생이요"라고 대답해 폭소가 터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경년

"공무원·대기업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라"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일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나는 시골에서 왕복 30리를 걸어 학교를 다녔는데, 서울 와서 1년 죽어라고 공부했더니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지. 마음 잡고 열심히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 전엔 놀아. 노는 게 더 중요해. '국영수'를 조금 잘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역사, 철학, 사회와 같은 기본을 배워두면 나머지는 잠깐 하면 되지."

박 시장은 이어 "시장 하면 힘든 게 한두 개가 아니"라며 "이런 골치 아픈 것을 늘 즐겁다고 생각하며 이겨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도시양봉'이 취미라는 학생에게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꾸준히 연구하고 자료를 모으면 언젠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무원, 대기업 입사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해놓고 지금부터 준비해보라고 권유했다.

30분 강의의 중반에 접어들자 학생들의 질문은 좀 더 열기가 더해갔다.

한 학생이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박 시장은 "어릴 때부터 정치에 참여하는 활동과 체험을 계속해야 한다"며 "내가 잘못하면 시청 앞에서 '시장 물러나라'고 데모도 해보라"고 말해 다시 한번 폭소가 터졌다.

박 시장은 40세에 총리가 된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의 예를 들고 "이 분은 (나이는 어리지만) 정치신인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정치활동을 해왔다"며 "준비를 잘 한 사람이 성공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시장실 벽에 꽂혀있던 파일을 꺼내 보내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에게 시장실 벽에 꽂혀있던 파일을 꺼내 보내주고 있다. ⓒ 여신주현

"서울시장은 욕먹는 자리... 그래도 내가 남보단 덜 먹을 걸?"

급기야 '대선 출마 생각은 없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난처해진 박 시장은 "여러분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되물었는데 다른 학생으로부터 "저는 출마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외의 답이 나왔다. 대통령을 하면 더 욕먹을 것 같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시에서 터진 여러 가지 악재를 떠올린 듯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시장은 욕 먹는 자리"라며 "사람이 책임있는 자리로 가면 그만큼 욕을 먹게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욕 덜 먹을 거 같지?"라며 동의를 구했다.

'시장 월급이 얼마냐'는 짓궂은 질문도 나왔다. '장관급 월급'이라고 적당히 넘어가려 했지만, 집요한 학생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곧바로 '장관급 월급이 얼마냐'는 추가 질문이 나왔고, 박 시장은 10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실토'했다.

박 시장은 내친 김에 "그러나 거기서 세금, 당비 빼고 나면 집에 한 450만 원 갖다 준다"며 "예전 시민단체 땐 강연하면 많이 받았는데, 시장 되니까 그것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빚을 많이 졌다, 빨리 나가서 돈 벌어야 하는데..."라고 엄살을 떨었다.

이날 강의는 박 시장이 올초 꿈틀리 인생학교 개교 당시 "국영수가 아닌 농사짓기, 밥하기, 토론하기, 공부하기, 여행하기 등을 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른다"는 취지에 공감해 1일 선생님을 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22일 오후 서울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이 박원순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시장실을 방문한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이 박원순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여신주현



#박원순#꿈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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