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남한 1만 명, 북한 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정말 어렵게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는데, 교류의 끈이 끊어지고 남북에 모두 엄청난 손해를 입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이해찬 의원(통일맞이 이사장)이 '한반도 통일의 미래상'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한 말이다. 생명평화연대, 기독청년아카데미, 통일맞이 주최로 6월 21일 한신대학원에서 개최한 '늦봄청년아카데미' 특강이다. 이 의원은 공존, 교류, 연합, 통일로 나아가는 단계적 통일론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을 확대하고, 6자회담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이루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해찬 의원은 늦봄 문익환 목사 얘기를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옛날에 여기 수유리 동네에 자주 왔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이 살던 집이 이 지역에 있죠. 그분이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한창 활동하실 때, 제가 비서처럼 매일같이 모시고 같이 나가서 일을 도왔습니다."이 의원은 문 목사가 평양에 다녀오고, 여러 차례 투옥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1980년대, 그때만 해도 통일은 아주 먼 미래의 꿈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남북정상회담(2000년)이 성사되자 통일을 향한 희망이 커졌다. 이 의원은 이때 처음 북녘 땅을 밟았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감격은 더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이 나오고, 금강산 관광의 길이 열렸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개성공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성공단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였다.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의 과감한 합의로 이뤄진 결실이었다. 각고의 노력으로 성사시킨 남북 교류였기에 개성공단 폐쇄는 이해찬 의원에게 뼈아픈 일이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명분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1년에 1억불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 돈을 핵 개발 등에 쓰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이유로 폐쇄한 겁니다. 근거도 없는 이유로 중요한 남북 경제 협력 사업을 무책임하게 중단한 꼴이 되었습니다."이해찬 의원은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교류를 확대하면서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남북 교류 확대로 긴장을 완화한다면, 35조나 되는 국방비를 줄이는 길이 열리고, 그 비용을 아동과 노인 복지로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방비를 10조만 줄여도 아동수당과 노령연금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저출산·노령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은 민주화와 떼놓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민주화는 동전 앞뒷면과도 같은, 하나로 연결된 문제입니다. 민주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고, 평화 체제에 더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다음 정권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해찬 의원은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며 진실하고, 성실하고, 절실한 자세로 다음을 준비해 가자고 했다. 냉소하거나 체념하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살아가자는 얘기다. 자신도 정치인으로서 내년 대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면서 말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