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신분으로 인터넷에서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대선후보와 정치인들을 비방하는 악성댓글을 달았다가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필명 '좌익효수' 유아무개씨가 항소심에서 국정원에서 해임된 처지를 들어 선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김연하) 심리로 열린 전직 국정원 직원 유아무개씨의 모욕죄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유씨에게 항소 취지와 관련해 진술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유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긴 시간 동안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과거에 저급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빠져서 온갖 막말을 쏟아낸 것을 참회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저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들리지 않음 : 모욕했다는 취지) 사죄드리고,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항상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저로 말미암아 몸 담았던 회사(국정원)에 누를 끼쳐 너무 죄송하다. 천직으로 알았던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 재판장님 이하 재판부에서 (제가) 건전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면 감사하겠다."이날 열린 항소심은 첫 공판이었지만, 더 이상의 공판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항소한 검찰과 피고인측 모두 1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추가로 내는 증거 없이 법리 해석이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단이 잘못됐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도 양형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은 양형이 너무 무겁고, 모욕죄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고소는 댓글을 단 시점으로부터 고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댓글 10개로 혐의 판단... 피해자 "해임됐는데 얼굴 왜 가려?"재판부는 8월 12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유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망치부인' 이경선씨와 그 가족에 대한 모욕 혐의 댓글 48개와 선거개입 혐의 댓글 10개에 대해서만 항소심의 판단을 받게 됐다.
유씨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16개의 글과 3450여개의 댓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고, 검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은 735개 정도의 댓글이 선거개입과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개입과 관련해선 단 10개의 댓글만 공소사실에 포함해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선고 뒤 검찰이 봐주기 기소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은 결과다.
국정원 직원의 얼굴과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가림막도 여전했다. 첫 공판에서 출석한 피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심문은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고 이후 공개된 법정에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가림막이 쳐져 방청석에선 피고인을 볼 수 없었다. 법정으로 나오는 길도 법원 직원용 통로를 이용했다.
모욕 혐의의 피해자로 이 공판을 방청한 '망치부인' 이경선씨와 남편은 "피고인이 국정원에서 해임됐는데도 여전히 얼굴을 가려야 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씨의 남편은 "범죄자의 얼굴을 가려주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국정원 직원 일때는 가려주지만 이제 민간인 신분이니 차폐막을 없애달라"며 "국가 공무원 입장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왜 사회적으로 얼굴을 가려줘야 하느냐"고 따졌다.
유씨가 국정원에서 해임됐는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유씨의 변호인은 "(국정원) 내부 징계는 내려졌지만 (부당징계에 대한) 소청심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재판장은 "소청심사가 진행중이라면 국정원 신분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며 "피고인의 신분에 변동이 있으면 (피고인 신변 비공개 중단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