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 찬반투표 가결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6월 24일(금), 부산은 핵발전소와 세균실험실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이 날 오후 1시 30분, 부산 시청 앞에서는 탈핵부산시민연대 주최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승인 무효'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고 저녁 7시 30분에는 서면 태화에서 '미군 생화학무기 실험실 부산 설치 반대! 부산시민 집중 행동의 날' 행사가 진행되었다.
지난 5월 2일 한 인터넷 언론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주피터 프로젝트(미군 생화학전 대비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해 부산은 적잖게 술렁거렸다. 보도 한 달만인 6월 2일, 83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주한미군 생화학무기실험실 부산설치를 반대하는 부산시민대책위'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부산 시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부산시민 집중 행동의 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박희선 공동 집행위원장은 "낮에는 시청 앞에서 신고리 5, 6호기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고 저녁엔 생화학무기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행사를 갖게 되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승인 과정에서 부산 시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무책임한 정부와 무능력한 부산시를 비판했다.
또한 "전 세계 최초로 부산 8부두에 미군의 생화학무기실험실이 설치될 예정인데 이 시급한 사실을 부산 시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다"며 더 활발한 활동을 통해 위험천만한 실험실 설치를 알려 내자고 했다.
우암동에서 태어나 결혼 후 감만동에서 살고 있다는 간호사 박지영씨는 "태어나 단 한 번도 떠난 적없는 내 고향 남구에 생화학무기 실험실이 들어 온다는 사실에 밤잠을 설칠 정도이다. 아이가 셋이라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생화학 무기라는 것이, 아주 적은 양으로도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 아니냐. 주한미군은 실험실이 안전하다고 발표했는데 안전하든 안전하지 않든 상관없다. 생화학 무기 자체를 반대한다. 여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의 터전인 남구를 꼭 지키고 싶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아직 부산 시민들은 잘 모른다서명전을 하는 청년도, 남구 지역에서 선전전을 여러 번 진행한 대학생도 같은 말을 했다. 으레 하는 서명이겠거니 하고 무심하게 지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설명을 들으면 놀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며 더 많이 알려 달라 부탁도 한다고 했다.
배다지 민족광장 의장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곳에 와 주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 부산 시민의 안전과 목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전 세계 인류의 안전과 행복, 미래를 위해 생화학무기 실험실은 결코 들어와서는 안 된다. 생화학무기 실험실을 부산에 설치하는 까닭이 '인구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라는 미군의 발표가 있었다. 거짓말이다. 부산에 설치하려는 진짜 이유는 8부두(남구 감만동) 때문이다. 8부두는 미8군 전용부두인데 이 8부두를 통해 들어오는 그 어떤 화물도 세관검사를 못 한다. 전 세계에 200여개의 미군기지가 있는데 유독 우리나만 소파협정으로 인해 세관검사를 못하는 것이다. 치욕스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치욕이지만 미군에게는 적격인 것이다. 어떤 무기가, 어떤 세균이 감만동 8부두를 통해서 들어 오는지 모르니까. 오산에서 탄저균, 용산에서 지카바이러스 실험하다가 들통나니 이제 부산으로 온다고 한다. 생화학무기 실험실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부산 시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일이다. 앞으로도 부산이 중심이 되어 생화학무기 실험실 설치 반대에 적극 나서 주길 바라며 끝까지 싸워 주실 것을 거듭 거듭 부탁드린다."집회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시민 한 분이 말했다.
"신공항 약속은 안 지키면서 핵발전소와 세균실험실을 설치한다니 부산이 봉인가? 부산을 물로 보나?" 사실관계를 알고 나면 반응은 명확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부산 시민의 의사를 무시한 정부를 비판했으며 분노했다. 생화학무기 실험실은 올해 3분기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실험실이 들어설 남구에서는 주민대책위를 만들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