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4대강 녹조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섣부르게 피어난 녹조는 부패하면서 청색·하얀색으로 썩어가고 있다.
"강이 시퍼렇게 썩어가네요. 눈이 따갑고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제보자의 말이다.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충남 부여군과 서천군, 전북 익산시와 군산시 등 하굿둑과 가까운 곳에서 녹조로 인한 민원이 심심찮게 들어온다. 30일 확인을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다.
"녹조 썩어 부패... 악취에 눈이 따갑다"
충남과 전북 해안가에 호우특보가 내려지고, 6월 30일과 7월 1일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다는 예보가 있었다. 집을 나서기가 무섭게 강한 빗줄기가 눈앞을 가린다. 빗줄기를 뚫고 찾아간 웅포대교(전북 익산시-충남 부여군) 주변이 강물은 푸른색이었다.
수상스키 선착장으로 향하는 출입구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교각은 물론 주변 선착장 주변의 바위까지 녹색으로 물들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제보자와 만나기로 한 서천군 화양리 연꽃단지로 서둘러 이동했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제보자를 따라 강변에 도착했다.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악취가 진동한다.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이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수로엔 녹조가 쌓여서 썩어가고 있었다.
서천과 군산을 연결하는 하구원의 수문이 열린 듯 빠른 속도로 녹조가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주변 석축은 페인트를 칠한 듯 녹색으로 물들었다. 생명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두툼한 녹조 층. 8cm 가량 두껍게 쌓인 곳도 있었다.
제보자인 최아무개(남, 76)씨는 "냄새가 심하다, 눈도 따가울 정도다, 여름이면 녹조 때문에 살 수가 없다"라면서 "강물을 퍼올려 농사를 짓는데 논에서도 냄새가 날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일주일에 한두 번 하구원의 수문이 열려서 바다로 흘려보내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도저히 사람이 살기가 어려운 환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에는 논물을 대는 수로에 뭉클뭉클하고 이상한 놈(이끼벌레)들이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라면서 "사람들이 그러는데 (녹조) 물 속에 무슨 독(마이크로시스티스 Microcystis)이 있다고 하던데, 이 물로 농사를 지어도 괜찮나"라고 반문했다.
군산에 사는 또 다른 제보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그는 "하굿둑이 열리면 녹색 물이 바다로 다 흘러든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도 잡히지 않는다"라면서 "백합, 동죽, 바지락도 썩은 펄과 녹조 때문인지 개체 수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30일 돌아본 부여군 양화면 내성리, 시음리, 서천군 화양면 와포리, 망월리와 군산시 나포면 서포리, 웅포면 나포리, 익산시 웅포면 맹산리 등에서 녹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독일에선 쌀 등에 독성물질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 있다"
지난해 8월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 다나카 히로시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와 함께 금강을 찾아 4대강 한일공동조사를 벌였다.
당시 웅포대교 인근에서 박호동 교수는 강물을 떠서 현미경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녹조에서 독성물질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야채나 쌀에서도 미량이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고 전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녹조가 발생하는데, 저수지 등에서 생기고 있다"라면서 "이곳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건 더는 이곳이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저수지가 됐다는 뜻"이라면서 "일본 이사하라 간척지에서 8년 동안 조사하면서 농작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