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4조 2항 위반사항이다. 만약 대통령이 이걸 지시했다면 (방송법 위반) 교사범이다. 그런데 이것이 통상적인 업무협조요청인가."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기사 아이템을 교체할 것을 주문한 것을 두고서 한 얘기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이를 두고 "통상적인 업무협조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에 발끈했다. 노 의원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된 방송법 4조 2항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점을 들며 이 실장을 질책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그 때 상황에 대해 본인의 얘기를 듣지 않고서는 확실한 답변을 못하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끝내 '통상적인 업무협조요청'이란 입장을 거두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는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노코멘트' 입장을 취했다. 즉 '거리 두기'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실장은 그로부터 2시간 뒤에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 이를 '정상적인 업무협조요청'으로 설명했다. 즉, 이정현 전 수석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두둔한 것이다.
"언론통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능한가"앞서 이 실장은 "이정현 전 수석의 행동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 당시 상황을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으로 업무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질의응답 내내 이어졌다. 이 실장은 "지금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논란된 자체만으로도 비서실장께서 국민께 사과할 문제"라는 기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지금 그 사건은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다, 확실히 잘못됐다, 잘됐다고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백혜련 더민주 의원이 "기사 내용을 아예 바꾸라는 요청을 했는데 이게 통상적인 업무협조 요청 맞느냐"고 질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실장은 "오보를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고 답했다. 또 "언론통제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다고 보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에 박완주 더민주 의원은 "무엇이 오보라고 생각하나"라며 "그 뒤에 청와대에서 (KBS에) 정정보도 요청 등의 행동도 없었다, 그리고 이정현 전 수석은 유감이고 부적절했다고 사과는 왜 하나"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민주 의원도 "통상업무라고 하는 건, 계속 관행처럼 지금껏 해왔다는 얘기"라며 "청와대에서는 (이 전 수석처럼) 통상 업무를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섞어서 한다는 말이냐"라고 따졌다.
그러나 이 실장은 "친한 친구 사이라면 할 수 있다, 우아하게 보이진 않는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생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적극 이를 변호하고 나섰다. 김도읍 의원은 "사실에 입각해서 질의를 하는 게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보도지침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의원은 "오보가 발생할 경우 홍보수석 행동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며 "(이 전 수석은) 언론과 일상적인 소통을 당연한 업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실장은 "업무보다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며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 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