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딱 하나 달렸어요.
장맛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참 점잖습니다.
부슬부슬 내려 작물에 큰 도움을 줄 것 같아요.
며칠 가뭄 끝이라 비가 되게 반갑습니다.
들깨모를 내고 어린모가 몸살을 심하게 앓아 걱정했습니다.
이번 비로 잘 깨어날 것 같습니다.
서리태, 녹두, 팥도 싹트기에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
농부는 쉬는 날입니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듣기에 좋습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심심하시다며, 우산을 받쳐 들고 오셨습니다.
"어, 사과나무 사과가 달렸네? 작년에 심지 않았나?"
"맞아요. 올해 꽃이 피더니 사과가 달렸어요!"
"딱 하나네! 고놈 희한하네!"
"가을까지 버틸지 모르겠어요."
아저씨는 "버티고 말고!"를 여러번 말씀하십니다.
지금 실한 걸로 봐서 기대해도 될 거라고 합니다.
오늘 보니 사과가 제법 굵어졌습니다.
우리는 작년 식목일에 잔디밭 모서리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잘 썩은 두엄을 한 삽 정도 넣고, 꼭꼭 눌러 심었지요.
사과는 대개 옮겨 심은 지 삼년 만에 열매가 달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올 봄 생각지도 않았데, 사과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열매 몇 개가 달렸어요.
나는 실한 놈 하나만 놔두고 죄다 따주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한 개가 제구실이나 할까!'
그런데 생각보다 씩씩하게 자라주고 있습니다.
나는 사과나무가 바람에 잘 버티도록 지주를 세우고, 끈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이른 아침, 아내는 잔디밭 풀을 뽑으면서 사과나무를 쳐다봅니다.
일상처럼 사과열매 보는 재미가 쏠쏠한 가 봅니다.
"요 녀석, 오늘도 안녕하시네!"
"어제 보다 굵어지지 않았어?"
"더 굵어지고, 예뻐졌어요!"
"색깔도 빨개졌지!"아이 키우는 '엄마는 거짓말쟁이, 아빠는 허풍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기 엄마는 자기 아이 하는 짓, 다 예쁘다고 합니다.
아기 아빠는 자기 아이 하는 짓, 부풀려 남한테 말합니다.
우리는 잔디밭 작은 사과나무를 보고, 아기 키우는 부모마음으로 바라봅니다.
비 오는 날이라 사과나무가 더 싱싱해 보입니다.
딱 하나 달린 사과에도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탐스럽습니다.
예전 철학자 스피노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보며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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