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앞 쉰 살 여성 노동자가 삭발을 하고 7일째 단식 중이다.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마르고 여윈 몸에도 입을 꼭 다문 표정과 눈빛은 결연하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 여성노조 등 3개 노조가 같이 노숙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6일 기준 벌써 23일째다.
도대체 이 노동자들은 왜 삭발을, 단식을,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 비정규직 처우 서울이 '최악'
서울지역에는 2만2천 명 가량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다른 지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근무시간이 짧거나 편하거나 하지 않음에도 처우가 열악하다. 타 지역 노동자들이 8만 원~13만 원 받는 급식비를 유독 서울은 4만 원만 받는다. 교사, 공무원의 급식비는 13만 원이다. 물론, 다른 금액의 돈을 받고 같은 금액의 급식비를 학교로 낸다.
상여금, 맞춤형복지비, 육아휴직, 연가일수, 유급병가일수 모든 게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전 전국 평균의 처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2년이 지났지만 전국 최악의 처우는 변함이 없다.
전국 최악의 처우이지만, 그마저도 골고루 제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제외되는 노동자들이 늘 있다. 유독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스포츠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직속기관 노동자, 사감, 방과후코디네이터, 시설관리 노동자 등등. 학교현장의 수많은 비정규직을 단체협약 '제외대상'으로 보고 처우개선을 비롯해 근로조건 개선 등의 단협을 전혀 적용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만 그렇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8개월째 교육청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직접 정원관리를 하는 25개 직종 중 유일하게 이 직종만 처우개선 수당에서 제외다. 박근혜 대통령이 돌봄교실에 대해서 잘 된 사업이라고 칭찬을 랬다는데, 정작 거기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최악의 불평등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서울시 교육청만 그렇다.
지역사회전문가를 비롯 교육복지 관련 3개 직종은 기본급 인상에서 제외되었다.
모두가 인상되는 기본급에서 제외되고 이 선생님들 역시 집회를 하고 교육청 앞에 피켓을 들었다. 벌써 7개월째. 역시 서울시 교육청에서만 있는 일이다.
바꿔보자고 서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6월 23~24일 양일간 파업을 했다. 역사상 최초로 서울시교육청 앞에 3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운집했다. 전국 최악의 처우로 그간 분노는 상상할 수 없이 커져 있었다. 앞선 6월 9일 1000여명의 집회와 6월 23일 , 24일 파업 그리고 용순옥 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의 삭발과 노숙농성을 이어가며 교육청은 상여금 지급, 급식비 인상 등을 이야기했다. 한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만 있는 그 제외 고집은 여전하다. 단체협약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도 적용해 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끝내 거부하고 있다. 처우개선수당 지급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의 이 제외 고집은 비정규직 안에서 또다른 차별, 노동조합 안의 또다른 갈등을 만들어 낸다. 이 제외를 털어보고자 결국 단식까지 돌입해서 투쟁하고 있으나 교육청의 입장은 현재 변함이 없다.
조희연 교육감이 결단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 23일째 농성을 하고 7일째 단식을 하고 있으나 단 한 번도 조희연 교육감은 농성장을 들르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안에서의 차별을 반드시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에서는 단식농성을 하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이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삭발과 목숨을 건 단식. 폭우 속에서의 기나긴 노숙 농성. 언제까지 계속 되는 것일까?
"우리 조합원들이 뽑은 교육감이다. 목숨 건 요구에 답을 주지 않겠냐. 다시는 진보교육감 안 뽑는다 소리 나오기 전에 마무리 될 것이다." 7일째 단식중인 용순옥 지부장의 답변이다.
결국 이것을 끝낼 수 있는 것을 조희연 교육감의 결단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결단으로 이 모든 일이 잘 마무리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서울시교육청이 지향하는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에 한 발 다가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