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 후두두 둑…."비, 장마. 지겨울 때도 됐건만 또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늘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인간은…. 누굴 탓하겠어요. 굳이 탓하자면, 자신의 형상으로, 소우주로, 요렇게 만든 당신. 즉, '신'을 탓해야겠지요. 그간 지나쳤는데,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빗속에도 삶이 들어 있네요.
우산, 갖고 나가면 당일로 잊어버리기 일쑤
"뭔 비가 이리 온대."우산을 접고, 사무실을 들어오던 김미숙씨의 말 속에 '안녕하세요?'란 인사말까지 들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건네는 듯, 혼잣말인 듯.
"어, 우산 꼭지 이음새가 떨어졌네. 떨어진 줄도 몰랐어. 언제 떨어졌지?"그녀 얼굴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대차나, 우산을 지탱해 주는 뼈대 꼭지 이음새가 하나 빠졌습니다. 이런 우산을 수없이 봤던 터라 그러려니 했지요. 농담 삼아 말을 던졌습니다.
"특별히 귀한 우산인가 봅니다."그녀, 웃으면서 건네는 소리에 귀가 번뜩였습니다.
"이 우산 10년 됐어요."와~, 기절초풍할 일입니다.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없어 설까. 이 놈의 우산 갖고 나갔다 하면, 당일로 잊어버리기 일쑤. 길게 간다 싶으면 한 달? 아니, 한 달이 뭐야. 일주일? 그래 일주일. 우산, 그만큼 간수하기 버겁습니다. 암튼, 이런 사람 입장에선 '10년 된 우산'은 있을 수 없는 기적입니다. 비결이 뭔지 들어야 직성 풀리지요.
어떻게 우산을 10년씩이나 쓸 수 있대요?
- 어떻게 우산을 10년씩이나 쓸 수 있대요? 10년 된 우산 구경 한 번 해보게요."우산이 다 똑 같지 뭐 다를 게 있나요.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다니지만, 다른 우산보다 좀 더 튼튼해요. 바람 불어도 뒤집어지거나 날리지 않고, 망가지지 않아 쓸 만해요."
- 10년 동안 쓰는 동안 헐은 곳이 있을 텐데. "요기 우산 이음새에 족이 좀 슬었고, 우산 뼈대 이음새 하나 떨어진 거, 우산 묶는 똑딱이 떨어진 거 말고는 아직 쌩쌩해요. 2~3년은 더 쓸 수 있어요."
- 이음새 떨어진 거 고친다더니 고쳤어요?"아들한테 고쳐 달랬더니, 이렇게 묶어줬어요. 우리 아저씨는 '우산 하나 가지고 뭐 그리 애타게 구는가, 걱정할 일도 없다'라면서 뭐라 해요. 아무것도 아닌 우산이지만 쓸 수 있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우산대가 부러지면 모를까, 계속 써야죠. 이 우산은 손때가 묻었고, 또 정이 들어 없으면 허전해요."
질긴 인연의 시작
- 이 우산은 어떻게 얻게 됐나요? "10년 전 이맘때쯤,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나오는데 비가 오대요.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분이 자기 우산 쓰고 가라고 주대요. 자기는 일행과 같이 쓰면 된다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어요."
- 우산을 10년 간이나 쓸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혼자만 써요. 가족들도 내 건 잘 안 만져요. 밖에서도 잃어버리지 않게 꼭 들고 다녀요.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차에 두지 뭐 하러 들고 다니냐 그래도, 그 차를 안 탈 경우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 옆에 꼭 끼고 다녀요. 없으면 애가 타요. 내 것에 대한 애착이죠."
- 우산이 이것 하나뿐이나요?"일할 때는 상태가 안 좋은 우산을 써요. 또 이 우산은 긴 우산이잖아요. 접어서 다녀야 할 때는 접는 우산을 쓰죠. 접는 우산은 5년 됐어요. 그런데 저번에 동생이 쓰고 갔다가 버스에 두고 오는 바람에 잃어버렸어요. 동생이 나한테 혼났지요. 동생이 미안하대요."
"물건 잊으면 찾는 시늉도 안한다. 없으면 사 달래면 그만"
"뭐 이런 걸 글로 다 쓴대요."그녀, 쑥스러워 합니다. 우산을 10년이나 쓴 사실 자체가 대단합니다. 이건 우산과의 긴 연애라 볼 수밖에. 주위에선 요즘 아이들 보며 한탄합니다.
"도대체 자기 것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예전엔 뭐 하나 잊으면 찾으려 애를 썼는데, 요즘엔 물건 잊어도 찾는 시늉조차 안 해요. 없으면 사달라고 하면 그만이라나."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