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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에 답하고 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15일 오전 11시 55분]

"여러 국정 현안에서 정부여당의 무능함이 드러나지 않았나. 그러니까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국회를 멈추고 문 닫고 싶은 것 아닌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4일 벌어진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체회의 집단퇴장에 "원만하게 해결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완전히 억지를 부렸다"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15일 오전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어제는) 고용노동부가 명백히 국가재정법을 어긴 사안에 제동을 걸자는 건데, 이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14일 환노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예비비 사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예비비 53억원을 노동개혁 홍보비로 사용한 점, 올해 3월까지 예비비 50억을 편성해 그 중 30억원을 사용한 점 등을 지적하며 책임자 징계와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시정 요구 선에서 정리하자며 야당의 요청에 반대했다.

야당은 여당의 시정 요구 의견을 받아들이며, 대신 올해 고용노동부가 편성한 예비비 50억원의 집행편성 내역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이에 불응하며 회의장을 집단으로 빠져나갔고, 이후 야당 의원들은 책임자 징계와 감사원 감사청구 요구를 내용으로 한 예비비 지출건을 단독으로 표결에 부쳐 의결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단독 표결을 문제 삼으며 모든 상임위 일정을 보이콧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이후인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과적으로 상임위를 원만하게 운영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한정애 의원(환노위 더민주 간사)은 "환노위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새누리당의 보이콧과 관련해서는) 원내 지도부 간 논의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법안 아닌 상임위 운영 건, 19대 국회도 단독 의결 사례 있어"

홍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지출한 예비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 그것도 세 번이나 쓴 것이다. 그거 솔직히 불 꺼진 국회네, 뭐네 하면서 쓴 노동개혁 광고비잖나. 아무튼 국가재정법을 어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맨 처음 야당이 징계를 요청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할 일 한 건데 문제 안 된다, 시정만 요구하자'라고 주장했다. 시정은 '다음에 그러지 말라'라는 지적 정도의 수위다.

이에 더해 고용노동부가 올해도 예비비를 홍보비로 50억 편성에서 3월까지 30억을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진짜 문제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본예산에 홍보비가 있고, 그 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거다. 본예산이 남아 있는데 예비비를 쓰는 게 이해가 되나.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비비는 편성 예산을 다 쓴 상황에서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했을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어쨌든 이 때문에 여야 간 의견 충돌로 정회를 세 번이나 했고, 제가 중재안을 냈다. 여당에서 요구하는 시정 조치 선에서 마무리짓자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올해 예비비 편성 내역서를 받는 걸로 끝내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내년 결산 때 제출한다고 버티고, 새누리당은 막무가내 식으로 나가버린 거다. 국민 입장에서 법을 어겨가며 예산을 쓴 중대한 문제인데, (이런 상황은) 말이 안 된다."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간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간사를 비롯한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경태

환노위는 지난 총선의 여소야대 민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임위다. 환노위 소속 의원 16명 중 10명이 야당 의원(홍 위원장 포함)이다. 새누리당 환노위 의원들은 야당 단독으로 예비비 지출건을 통과시킨 것을 "날치기"로 규정하고 홍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법안이라면 여야 간 반드시 합의를 거쳐야 하고, 이 내용을 담은 게 국회선진화법이다"라며 "하지만 상임위 운영이나 일반 안건은 (여당이 다수였던) 19대 때도 전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위원장은 "이건 여야 정쟁의 문제가 아니고 입법부의 예산결산심의권을 정부가 무력화시킨 중차대한 문제다"라며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지적했다고 국회를 안 열겠다고 하는 건 다른 의도와 배경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야3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해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를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적법 절차 없이 사용됐다. 이를 따져 묻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라며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면)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더민주 의원도 "(어제) 세 차례 정회 과정을 거치고 중재안이 제시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이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는 오만함을 보였다"라며 "현재 새누리당의 자세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올바른 대처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는 선진화법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하는데, 총선 때까지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을 악법이라고 주장해왔다"라며 "기본적인 합의가 안 되면 표결 처리하는 게 의회주의 원칙에 맞다. 어제 홍 위원장의 결정은 원칙에 따라 정당히 진행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홍영표#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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