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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저녁 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성주군에서 주민들이 6번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은정(34)씨와 신수빈(26)씨가 직접 만들어 온 머리띠를 쓴 채 촛불을 들고 있다.
18일 저녁 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성주군에서 주민들이 6번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은정(34)씨와 신수빈(26)씨가 직접 만들어 온 머리띠를 쓴 채 촛불을 들고 있다. ⓒ 정민규

"전문 시위꾼들이 와이캅니꺼."

사회자의 한마디에 성주군청 앞에 모인 1000명 남짓한 주민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18일로 6번째를 맞은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는 비장함보다는 연대를 느끼는 자리가 되고 있다. "성주 군민 다 죽이는 사드 반대"라는 섬뜩한 구호만 뺀다면 콘서트장 같기도 하고 월드컵 단체 응원 같기도 했다.

오후 8시께, 성주군청 주차장은 일과를 마친 주민들의 만남의 장으로 바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집회 장소인 군청 앞 주차장에서 차를 이동 주차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이제 그럴 걱정은 없다. 마치 익숙해진 일이라도 되는 양 촛불집회가 열릴 시간이 되면 차들은 사라진다. 

자원봉사자들은 생수병을 나르고 촛불에 불을 붙인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 주민들은 손에서 손으로 촛불과 태극기, 펼침막을 전달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6일 만에 생긴 변화이다.

진행 중 빚어지는 실수에는 어김없이 "전문 시위꾼이 이러면 안 된다"는 자성론(?)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보수 언론이 제기하는 '전문 시위꾼'과 '외부세력' 공격을 성주 주민들은 풍자로 넘기고 있었다.

"죽으라고 찍던 새누리당" 향한 새댁의 절규 

 18일 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성주군에서 주민들이 6번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나섰다. 주민들이 성주군청 앞에 촛불을 내려놓았다.
18일 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성주군에서 주민들이 6번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나섰다. 주민들이 성주군청 앞에 촛불을 내려놓았다. ⓒ 정민규

단순히 집회에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 모양 가면을 쓴 아저씨, 사드 배치 문구가 크게 적힌 망토를 두른 학생들, 알록달록한 밀짚모자를 쓴 아주머니들까지 제각각 모습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친다.  

이은정(34)씨와 신수빈(26)씨도 그들 중 한 무리다. 이들은 캘리그라피 솜씨를 살려 '사드 반대'라 적힌 머리띠를 직접 제작해 두르고 참가했다. 두 여성은 "사드는 안정성을 믿을 수 없고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성주 배치를 통보한 정부에 항의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인터뷰 끝에 이들은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꼭 전달해달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나눔으로 집회에 힘을 실어주는 주민들도 있다. 이날은 성주군청 인근 카페에서 주민들을 위한 아이스티 1000잔을 준비했다. 카페 직원 배수호(30)씨는 기자에게 "성주 군민은 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연신 "시원한 아이스티 드시고 가세요"라고 외쳤다. 배씨는 "더운데 힘내서 집회하자는 마음에서 앞으로도 자주 할 계획"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끌어낸 건 정치인도 사드 반대 대책위 간부도 아닌 성주로 시집온 지 1년 됐다는 새댁 우미애씨의 말이었다. "죽으라고 찍던 새누리당"을 향해 그녀는 절규에 가까운 울분을 쏟아냈다.

"여러분 침몰하는 세월호에 300명 넘는 학생에게 선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가만히 있으라 했다가 다 죽었습니다…(새누리당은) 사드 보고도 가만있으라 합니다. 이건 제2의 세월호 아닙니까. 경상도 사람들 정신 차리십시오. 우리가 다른 사람,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약자들의 피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았지 않습니까. 자업자득이 맞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성주 철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드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웁시다."


#사드#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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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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