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시위꾼들이 와이캅니꺼." 사회자의 한마디에 성주군청 앞에 모인 1000명 남짓한 주민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18일로 6번째를 맞은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는 비장함보다는 연대를 느끼는 자리가 되고 있다. "성주 군민 다 죽이는 사드 반대"라는 섬뜩한 구호만 뺀다면 콘서트장 같기도 하고 월드컵 단체 응원 같기도 했다.
오후 8시께, 성주군청 주차장은 일과를 마친 주민들의 만남의 장으로 바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집회 장소인 군청 앞 주차장에서 차를 이동 주차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이제 그럴 걱정은 없다. 마치 익숙해진 일이라도 되는 양 촛불집회가 열릴 시간이 되면 차들은 사라진다.
자원봉사자들은 생수병을 나르고 촛불에 불을 붙인다.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 주민들은 손에서 손으로 촛불과 태극기, 펼침막을 전달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6일 만에 생긴 변화이다.
진행 중 빚어지는 실수에는 어김없이 "전문 시위꾼이 이러면 안 된다"는 자성론(?)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보수 언론이 제기하는 '전문 시위꾼'과 '외부세력' 공격을 성주 주민들은 풍자로 넘기고 있었다.
"죽으라고 찍던 새누리당" 향한 새댁의 절규
단순히 집회에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 모양 가면을 쓴 아저씨, 사드 배치 문구가 크게 적힌 망토를 두른 학생들, 알록달록한 밀짚모자를 쓴 아주머니들까지 제각각 모습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친다.
이은정(34)씨와 신수빈(26)씨도 그들 중 한 무리다. 이들은 캘리그라피 솜씨를 살려 '사드 반대'라 적힌 머리띠를 직접 제작해 두르고 참가했다. 두 여성은 "사드는 안정성을 믿을 수 없고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성주 배치를 통보한 정부에 항의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인터뷰 끝에 이들은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꼭 전달해달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나눔으로 집회에 힘을 실어주는 주민들도 있다. 이날은 성주군청 인근 카페에서 주민들을 위한 아이스티 1000잔을 준비했다. 카페 직원 배수호(30)씨는 기자에게 "성주 군민은 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연신 "시원한 아이스티 드시고 가세요"라고 외쳤다. 배씨는 "더운데 힘내서 집회하자는 마음에서 앞으로도 자주 할 계획"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날 촛불집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끌어낸 건 정치인도 사드 반대 대책위 간부도 아닌 성주로 시집온 지 1년 됐다는 새댁 우미애씨의 말이었다. "죽으라고 찍던 새누리당"을 향해 그녀는 절규에 가까운 울분을 쏟아냈다.
"여러분 침몰하는 세월호에 300명 넘는 학생에게 선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가만히 있으라 했다가 다 죽었습니다…(새누리당은) 사드 보고도 가만있으라 합니다. 이건 제2의 세월호 아닙니까. 경상도 사람들 정신 차리십시오. 우리가 다른 사람,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약자들의 피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았지 않습니까. 자업자득이 맞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성주 철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드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