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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에게 사드배치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인 이재동 현 성주군 농민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왼쪽)에게 사드배치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사드 배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7월 18일 SBS <3시 뉴스브리핑>에 출연하여 "'사드 배치'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 '당론'"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서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지만 국론 분열에 따른 후유증과 신중한 대책 마련을 위해 당론으로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나온 더민주의 일관된 기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 등은 더민주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심지어 더민주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18일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보듯 현재 더민주 지도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사드 배치에 비판적인 필자는 이와 같은 더민주의 당론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이 글에서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드 배치 반대론의 근거를 반복하면서 더민주의 태도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것과 다르게 더민주의 문제점을 2가지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양론의 입장을 떠나서 정치적 윤리와 당위적인 측면에서 더민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다음으로는 정치 전략의 측면에서 더민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전자는 주로 무책임, 후자는 무능과 관련이 있다.

전략적 모호성이 허구인 이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김영춘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김영춘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정치적 윤리와 당위적 측면에서 현재 더민주의 태도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더민주가 제시하는 전략적 모호성의 논리적 모순을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

더민주는 지금 자신들의 결정을 전략적 모호성이란 측면에서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드 배치에 대한 판단 여부가 전략적 모호성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다음과 같은 2가지 경우일 때 필요하다. 첫 번째가 정보의 부재 상황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사건의 성격과 전후 맥락 등을 파악하기 힘들 때는 신중하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경쟁하는 복수의 대상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 관계가 형성되었을 경우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거나 혹은 상대방이 특정 사안과 연계된 또 다른 대상과 비밀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들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것보다는 현상유지의 방어적 행위를 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 배치가 위 두 사안에 해당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사드의 역사와 사드 배치에 따른 장단점에 대한 분석 등 사드 관련해서는 이미 다양한 이론과 논쟁이 축적되어 있다.

사드 배치의 경우 정보의 부재 및 비대칭성에 의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지금은 그와 같은 정보를 통해서 얻은 내용을 갖고 어떤 대처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적 결단은 힘든 일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 미래의 방향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은 많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결단은 정치의 숙명이다. 특히나 비중 있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일수록 더하다.

그런데 제1야당이고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결단을 해야 할 때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허구의 논리를 근거로 삼아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 지금 더민주가 자신들의 태도를 전략적 모호성이란 그럴싸한 논리로 합리화하는 건 견강부회요, 언어도단이다.

반대만 하는 야당론과 의식의 식민화

 지난 2월 27일,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정청래 전 의원.
지난 2월 27일,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 정청래 전 의원. ⓒ 남소연

정치 전략적 측면에서 더민주의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더민주가 현재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프레임의 덫에 걸리지 않겠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봐야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성과없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만 하는 야당' 프레임은 야당에는 상당히 치명적이고 이와 관련해서 야당 내부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프레임은 과연 실재를 반영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는 '반대만 하는 야당'론이 나오게 되는 4가지 유형의 실상을 상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 대안없이 비난만 하는 경우
-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말이 가장 많이 나오게 되는 경우다. 이것은 사실 야당에만 해당되지 않고 여야 불문해서 한국 정치권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문제다.

2. 비제도적 압박을 하는 경우
- 야당이 단식투쟁과 장외투쟁과 같은 방식을 할 때 흔히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의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사실 야당이 단식 및 장외 투쟁과 같은 비제도적 방식을 동원할 이유는 없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논의가 충분히 반영되는 정치문화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음에도 야당이 비제도적 수단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할 때엔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비판은 적절하다. 실제로 보면 의회 및 정당의 무력화 현상은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의 행동을 '반대만 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3. 사후 견제 무용론
- 정당은 기업조직과 다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물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도 정당의 고유 기능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해내지 못해도 이성과 감성에 호소하는 의미 전달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정당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야당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반대만 하는' 행동이라고 격하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는 데 왜 반대하냐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그렇게 하면 행정독주에 따른 사후적 비판과 진단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의회의 주된 기능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인데, '반대만 하는 야당'론을 통해서 이 부분을 비판한다는 것은 결국 야당의 주된 기능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4. 야당의 주장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
- 야당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야당의 주장 혹은 반대는 당장엔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야당의 주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누적된다면 야당은 말로만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인상이 남게 된다.

여기서 보면 1번은 야당에 상당한 책임이 있으며 4번도 야당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2번 3번은 보수 세력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그리고 1번과 4번의 경우에서도 보수 세력은 야당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제외한 만큼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보면 '반대만 하는 야당'은 실재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상당 부분은 야당을 옥죄기 위한 이데올로기의 덫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사드 배치건의 경우 3번의 케이스에 해당한다. 더민주가 지금 이렇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지금 와서 반대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무엇인가'라는 인식과 관련이 깊다. 이는 3번에서 설명한 것처럼 의미 전달의 메신저로서의 정당 그리고 야당의 기능과 역할을 외면한 것이다.

이처럼 '반대만 하는 야당론'은 보수가 야당을 옥죄기 위해서 던진 이데올로기의 올가미이다. 왜 야당 스스로 자기 목에 이 올가미를 걸지 못해서 안달인가?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의식의 식민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민주는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지난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지난 5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 권우성

더민주는 지금 좌표를 상실했다. 더민주는 개성공단 폐쇄를 비판했다. 그런데 지금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당론이라고 말한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가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더민주도 잘 알 것이다. 이 사안은 결국 대북압박과 대북협상을 병행하겠다는 햇볕정책 옹호론자들과 대북 압박으로 올인하겠다는 강경 뉴라이트 세력 사이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경 뉴라이트 세력은 지금 자기들의 논리에 맞게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더민주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했으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으로 나왔어야 했다. 왜 그 때 말과 지금 말이 다른가?

그리고 더민주를 포함한 야당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 반대했는데, 실제 공단 폐쇄를 막지 못했고 그 상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더민주의 그 때 반대는 결과적으로 보면 성과는 없었던 것이 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의미도 없었는가?

그건 아니다. 그런 더민주의 입장으로 인하여 반대론의 정당성이 강화되고 그 의미가 확산되는 무형의 효과가 있는 것이고, 이것이 비록 바로 눈에 띄는 물리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게 정치다.

이렇게 볼 때 더민주는 지금 '전략적 모호성', '반대만 하는 야당' 등과 같은 논리로 현재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필자가 반박했듯이 그들의 행동에는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

더민주는 정치윤리적으로나 정치전략적으로나 대단히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더민주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더민주#우상호#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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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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