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늘 아이 고민을 한다. 세상에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려면 교육이 중요한데, 어떤 이들은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집도 옮기고 이 학원 저 학원에 보내며 스펙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아이인지 부모인지 헛갈릴 정도로 학교 교육에 관여하는 부모도 많다. 이런 '열성적인' 교육환경 때문에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아이가 입학하기 전부터 많은 고민에 빠지진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아이는 공부 잘해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좀 힘들지 않아요?"
이런 말 속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정말 그럴까?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수업? 문제 있다
공부는 다문화가정이어서 못하거나 잘하는 건 아닌 듯하다. 아이 특성과 교육환경에 따라 공부를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습하는 데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의 학습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 남편들은 대부분 아이 교육을 아내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고,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때, 아내가 한국어를 잘 모른다는 게 큰 문제가 된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한국어를 아이를 위해 열심히 배우는 엄마도 있지만, 가계가 어려워 취업을 선택하는 엄마도 적지 않다. 한국어가 오가는 환경에서 일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엄마가 이런 직장에 취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육체노동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제대로 된 언어실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당연히 아이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아이 숙제와 공부를 도와주기가 힘든 것이다. 나는 내가 아이 공부에 관심을 가질 때 아이도 자신의 공부에 관심을 갖는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러니 아이 교육은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난 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만 교실에 따로 모아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기도 하는 모양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친구들에 비해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문제는 그렇게 따로 모인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과 차별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학교가 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에 언어발달프로그램이 있다. 12세 미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수업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 대기해야 한다. 나 역시 작은 아이가 수업을 듣는 데 1년을 기다려야했다. 수업을 듣는다 해도 이 프로그램만으로 언어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려운 듯하다.
여러 학교를 다니며 아이들을 만나보니, 꼭 다문화가정 아이들만 언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학교나 지역에선 다문화가정 아이들뿐만 아니라 언어능력이 부족한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차별 없이 편하게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이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니 교육청이나 지역 전문가들이 나서서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또래 아이들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사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학교생활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야 언어든 공부든 도움이 된다. 언제쯤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사라질까? 현재 많은 학교에서 다문화 이해교육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다문화가 특별한 게 아님을 인식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를 해봐도 될까?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