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죽어서 발자국을 남겼다? -이상옥의 디카시 <옥천사 계곡의 공룡발자국>고성 옥천사를 병풍처럼 두른 연화산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지난 주말 귀국하여 고향 고성으로 오자마자 벌써 세 차례나 연화산을 올랐다.
인천공항에서 내려 공항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로 달릴 때마다 차창으로 비치는 풍경은 쾌적하고 신선하고 깨끗했다. 한국도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자연이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어서 푸른 산림으로 뒤덮인 국토는 거대한 공원 같다.
그러나 막상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워낙 천혜의 금수강산이라 이 정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개울물을 그냥 마셨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식수는 거의 생수를 사서 먹지 않을까. 고향 집 앞 들녘도 보기에는 푸르러 보이지만, 들길을 자유롭게 산책하지 할 수는 없다.
고성도 한때는 고성생명환경농업단지를 확대하며 농약을 가능하면 살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 정책이 바뀌었는지는지 모르겠다. 고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친환경 농법은 확대돼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해질 무렵 고향 들녘을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었는데, 올 여름 농약살포를 많이 했는지, 파리한 농약냄새 때문에 산책하기는 힘든 국면이다.
그래서 더욱 틈만 나면 고향 인근 연화산을 찾는다. 연화산 등산로는 가볍게 등산 겸 산책을 할 수 있는 최적 코스다. 그곳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깨어나는 것 같다. 이런 청정한 공기도 아마 곧 사서 마셔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번에 연화산을 찾을 때, 그간 예사로 보고 넘긴 등산로 진입 지점에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는 것을 새삼 주목하게 되었다. 경남 고성을 일명 공룡나라라고 부르지만, 자주 등산하던 그 지점에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성 공룡발자국화석 하면 '2016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주 행사장이었던 고성 당항포국민관광지나 공룡 발자국화석지로 유명한 고성 상족암 군립공원만 생각했는데, 후미진 연화산 옥천사 계곡까지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있다는 것을 보면 정말 고성은 공룡나라가 분명하다.
6600만 년 전 거대한 공룡이 멸종된 것이 혜성이 원래 궤도를 이탈해 지구와 충돌한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이야 어떻든 간에 지구를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거대 공룡이 남긴 것이라고는 발자국화석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공룡보다 덩치가 더 큰 인간의 욕망인적 드문 연화산 등산로를 오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때 지구의 지배자가 고작 남긴 것이라고는 발자국밖에 없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가. 오늘을 사는 인간도 아마 욕망에 있어서는 공룡보다 더 덩치가 클 것이다. 지금 지구를 지배하는 인간도 탐욕에 있어서는 점점 더 공룡이 되는 가고 있지 않은가.
부와 명예와 권력을 무한 추구하는 오늘의 인간 공룡들이 만약 멸종하게 되면 무얼 남길까. 아마, 문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남겨 놓을 위대한 유산 못지않게 온갖 더러운 오물들을 지구에 한 가득 남지 놓지 않겠는가.
몇 천만년 후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들은 과연 인간 공룡의 발자국화석을 보고는 뭐라고 평가할까.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