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의 단초는 2년 전 9월로 올라간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2014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다이빙벨> 상영중단을 요청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이를 거부하고 상영을 강행하자 2015년 12월, 부산시는 이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어 2016년 2월 16일, 부산시는 "임기 만료된 이용관 위원장 재신임 불가" 방침을 밝혔고, 3월 24일 이 전 집행위원장은 고발에 따른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검에 출석한다. 5월 16일,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새 집행위원장으로 지정되면서 BIFF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간섭 않는 조직이 성공요인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20년 이상 역사를 이어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성공요인은 영화제의 구체적인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집행위원회의 전문성과 이에 간섭하지 않는 조직위원회에 있었다는 것이 한결같은 평가다. 조직위는 집행위 구성과 예산 문제를 지원하는 프로듀싱 기능만 수행한 것이다. 이것이 관치(官治)행정으로 변모하면서 일어난 일이 이번 BIFF 사태다.
분석기준과 방법BIFF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분석하여 주요 일간지가 어떤 시선으로 이 사태를 파악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서병수 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중단을 요청했던 2014년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지면기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기사의 제목, 부제, 그리고 본문에 '부산국제영화제'나 '다이빙벨'이라는 단어의 등장여부를 기준으로 기사를 골랐다. 제목과 부제에 위 단어들이 등장하지 않고 기사 본문에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언급한 기사도 포함했다. 기사는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도 칼럼과 사설을 포함시켰으며 기사를 어느 면에 배치했는지와 제목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중점으로 보도를 분석했다.
첫 보도의 중요성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첫 보도는 모두 2014년 9월 25일 보도로 서병수 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중단을 요청한 사건을 다뤘다. 조선일보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기사 건수는 총 32건으로 2014년 9월 25일 사회면 A12에 게재된 "다이빙벨 영화, 부산영화제 상영 말라"가 첫 보도였다.
한편 한겨레신문 총 기사 건수는 72건으로, 첫 보도로 "부산 시장 '다큐 <다이빙벨> 상영말라' 외압"이 2014년 9월 25일 10면에 게재되었다. 첫 보도에서 두 기사의 지면 위치는 크게 차이가 없었으나 기사 제목에서 조선일보는 행위 주체를 명기하지 않았고, 한겨레신문은 '외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행위 주체인 '부산시장'을 명기했다.
프라이밍 이론에 따르면 첫 자극은 나중에 제시되는 자극 처리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사안에 대한 첫 보도가 중요하다. 브랜드 파워 1위 '코카콜라'는 뉴스 시간대에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임에도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 것은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인 뉴스가 방송된 후 코카콜라를 본 소비자들이 광고 메시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기사비율로 알 수 있는 언론사의 문제인식칼럼의 경우 필자의 의견이 언론사의 입장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신문 지면에 칼럼을 게재하는 것에는 사내 편집부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보도를 분석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총 32건의 기사 중 일반기사가 29건, 사설 2건, 칼럼이 1건이었다. 일반기사와 오피니언 기사의 비율이 9.7 : 1이다. 한겨레신문은 총 72건의 기사 중 일반기사가 48건, 사설 6건, 칼럼이 11건이었다. 이 중 토요판에 실린 해설/르포 기사가 7건으로 이를 오피니언 기사로 포함시키면 한겨레신문의 일반기사와 오피니언 기사의 비율은 2 : 1이다. 한겨레신문이 BIFF 사태에 대해서 기사 수나 소위 '야마'(알맹이)에서 조선일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론화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겨레신문은 5월 14일 토요판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1면과 3, 4면에 실으면서 BIFF 사태를 주요 아젠다로 삼고 있음을 드러냈다. 단 한 건의 칼럼을 게재한 조선일보와 달리 한겨레신문이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조원희 영화감독, 김영진 영화평론가 등 세 필진의 칼럼을 연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눈여겨 볼 점은 한겨레신문의 경우 26면에 항상 영화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이 면에 BIFF 사태를 비판하는 칼럼들을 반복해서 배치한 것에 있다. 조사기간 내에 한겨레신문 26면에 배치된 칼럼은 총 6건이었다.
신문의 얼굴 1면 보도
분석기간 동안 조선일보는 단 한번 1면에 BIFF 사태를 보도했다. 2016년 4월 21일 "풍랑 거센 영화의 바다"라는 제목으로 2단을 차지하는 기사를 실었다. 반면에 한겨레신문은 토요판을 포함해서 총 3번 1면에 BIFF 사태를 실었다. 부산시와 한창 갈등이 심했던 2016년 4월 20일 "레드카펫 사라지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새 집행위원장으로 지정된 2016년 5월 10일 "김동호 민간조직위원장 위촉 부산영화제 파행 위기 봉합", 그리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인터뷰를 실은 2016년 5월 14일 "이용관, 사퇴의 내막" 기사를 게재했다. 토요판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는 2단이었지만 기사의 길이에서 조선일보와 비중의 차이가 있었다.
'무프레임의 프레임' 그리고 '표현의 자유'조선일보는 해외 초청 감독이나 배우 인터뷰, 혹은 영화제 일정과 관련된 행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소위 'BIFF 사태'는 일부만을 언급하는 정도로 보도해 헤드라인만 봤을 때 독자가 '규제'와 '검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다이빙벨>이라는 영화 이슈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부각시키고 싶지 않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한겨레신문은 토요판과 칼럼 등을 통해 '외압'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사태의 내막을 자세히 보여주려 했다. 해설기사를 통해 독자들의 사태파악을 유용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은 2016년 5월 14일 토요판을 제외했을 때, 신문 지면 상으로 주목도가 높은 위치에 BIFF 사태 기사를 배치하지 못했다. 뉴스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독자의 시선을 끌고 주요 아젠다로 자리 잡는 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전심의 대상이 아닌 영화, 그리고 소비자주권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사전심의가 아닌 사후심의를 거친다. 사전심의는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침해하여 영화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열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비효율적이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2006년경부터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고 있는데, 문화 상품은 실제 무역 상품을 선도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문화 상품은 소비자 주권주의가 강한 영역으로 철저히 소비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불합리한 BIFF 사태에 대해 주요 언론의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