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질주가 무섭다. 자동차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기아차의 나 홀로 질주는 눈에 띈다. 지속적인 자동차 품질 개선 뿐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우선 올 상반기까지의 기아차 실적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물론 기아차 역시 국내외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4.7% 줄었다. 신흥 시장의 위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시장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자동차업체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하지만 매출이나 이익 면에선 크게 좋아졌다. 매출은 27조994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조4045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7703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매출은 14.7%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20.8%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7.3% 올랐다.
'형보다 나은 성적표 받아든 아우'... 현대차보다 오히려 수익률 등 높아
반면 현대차는 상황이 달랐다. 매출은 47조273억 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0%, 6.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6.6%로 작년보다 1.0%포인트나 감소했다. 매출 자체는 늘었지만(이 역시 증가율만 따지면 기아차의 절반 수준) 회사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저성장 구조와 함께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경기침체 등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면서 "수출 감소는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자동차 매출 원가 상승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새롭게 출시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에 대한 마케팅 비용 증가도 수익 감소에 한몫했다.
기아차 역시 신흥 시장의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레저용차량(RV),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기아차는 이들 차량 비중이 38.4%나 됐다. 현대차의 경우 RV 비중은 25% 수준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에 비해 신흥시장 판매 비중이 낮아서 이들 국가의 경기침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측면이 있다"면서 "게다가 최근 몇년 새 승용차보다 RV와 SUV 등의 차량 인기가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니로'의 돌풍... 상반기 국내 전체 하이브리드차 판매 중 절반 차지올해 기아차 돌풍의 중심에는 소형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Niro)'도 있다. 올 3월에 첫선을 보인 니로는 실용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SUV 차량들이 갖는 다목적 용도의 실용성에 하이브리드 차량의 높은 연비효율을 접목한 것. 게다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니로의 판매 대수는 3246대였다. 이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삼총사인 그랜저(1055대)와 쏘나타(766대), 아이오닉(630대) 등 3개 하이브리드 모델 전체 판매 대수보다 많다. 전체 국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6월에만 6215대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2617대 팔렸던 것에 비하면 무려 14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국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면서 "일종의 '니로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국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모두 6215대. 이 가운데 '니로' 한 차종에서만 3246대가 팔렸다. 하이브리드차 2대 중 1대는 '니로'였다는 것이다.
그는 "디젤게이트 이후,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선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훨씬 커졌다"면서 "니로의 판매 호조는 다른 하이브리드차 모델 판매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차의 누적 판매량은 모두 2만5485대. 작년 한해 동안 팔렸던 하이브리드차는 2만9145대였다. 지금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친환경 차량 판매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6년 전 자동차 품질 꼴찌평가를 받던 기아차, 포르쉐-도요타를 제치다하이브리드를 포함한 기아차의 돌풍은 이미 예견된 것 일수도 있다. 가장 시장 경쟁이 치열한 북미에서 기아차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발표된 제이디 파워(J.D. Power)의 신차 품질 조사 결과였다. 기아차는 33개 전체 자동차브랜드 가운데 1위(83점)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3위(92점)였다. 2위는 지난 3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독일의 포르쉐였고, 4위는 일본 도요타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구입 이후 3개월이 지난 차량 고객들에게 품질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질문 항목수만 233개에 달하고, 해당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꼼꼼하게 답한다. 이를 바탕으로 100대당 불만건수를 조사해 점수로 환산해 발표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J.D.파워의 신차초기품질 평가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년전 품질평가에서 사실상 최하위를 기록했던 기아차 입장에선 놀라운 변화인 셈이다. 특히 기아차는 일반 자동차브랜드로 지난 1989년 도요타가 1위를 기록한 이후 27년 만에 전체 1위에 올랐다.
또 같은 회사에서 지난 28일 발표된 ''2016년 자동차 상품성·디자인 만족도(APEAL)' 조사에서도 기아차는 3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는 9위였다. 일반 자동차 2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벌인 이번 조사에서 기아차는 작년 7위에서 5단계나 상승했다. 현대차는 2위에서 오히려 9위로 떨어졌다. 특히 기아차는 옵티마(한국명 K5), 세도나(카니발), 쏘울, 쏘렌토 등 4개 모델을 차급 부문별 1위에 올려놨다. 현대차는 투싼이 유일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신차품질과 상품 만족도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순위를 끌어올린 브랜드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율주행을 비롯해 친환경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와 제품 개발로 미래 시장에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