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호질기의, 2009년 방기곡경, 2010년 장두노미, 2011년 엄이도종, 2012년 거세개탁, 2013년 도행역시, 2014년 지록위마, 2015년 혼용무도.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을 되돌아보는 <교수신문>의 촌철살인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올바른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혼용무도)
잠시 되짚어보자. 2008년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 숭례문 방화, 삼성특검 등. 이명박 정권 취임 이후 국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귀를 막고 눈을 닫았다. 호질기의, 잘못이 있음에도 국민이 바로 잡아주는 것을 기뻐하지도 않고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매질로 답했다.
2009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서거. 신종플루 대규모 확산, 용산 참사 등. 제282회 임시회에서 이종걸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막장 정권'이라고 일갈했다. 경제, 민주주의, 정치 모두 막장으로 내몰고 국민까지도 막장 인생으로 내모는 이명박 정권의 절망적 상태를 이 의원은 비판했다. 방기곡경, 이 전 대통령은 바른 길은 고사하고 억지춘향의 그릇됨으로 정치를 매도했다.
2010년 생활고 비관 부자 투신자살, 4대강 사업 밀실 추진, KBS 수신료 인상 추진, G20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노점상과 이주노동자 대대적 단속 등. 당시 천주교 등 종교단체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두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권은 반드시 망한다'고 일갈했다. 장두노미,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왜곡된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는 법이라며 <교수신문>은 비판했다.
2011년 한미FTA 비준안 통과, 저축은행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종편 신규채널 출범, 민생 예산 전액 삭감 논란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두고 '악마적 광기로 가득한 섬뜩한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엄이도종, 귀를 막고 독선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정권을 <교수신문>은 조롱했다.
2012년 하우스 푸어 속출, 제주 해군 기지 건설 추진, 청와대 민간인 사찰 논란 확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구속, 낙동강 녹조, 밀양 송전탑 관련 주민 분신, 대선 댓글 사건 등. 당시 대선에서 야권은 '이명박 정권 심판, 민주정권 재창출' 구호로 나섰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거세개탁, 지위가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가 올바르지 못한 상황을 <교수신문>은 비판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통합진보당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스캔들, 철도민영화 관련 전국철도노조 파업 등. 당시 광주지역 5대 종단은 '국정원 해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도행역시,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시대착오적이고 상도에서 벗어난 일을 억지로 한다며 <교수신문>은 일갈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청와대 비선 의혹 문건 유출 파문, 안대희 총리 후보 등 청와대 인사 줄줄이 낙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 진보 정당 등 야당은 "민주주의 파괴, 공약파기 박근혜 정권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록위마,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농락하는 청와대 무능 인사들을 <교수신문>은 비꼬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노동개악, 위안부 야합, 방송3사 뉴스 왜곡 사건 등. 민주노총은 파업대회를 통해 "재벌세상, 노동 지옥, 나쁜 정부 박근혜 정부 심판"을 외쳤다. 혼용무도,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혼돈의 세상을 꼬집어 <교수신문>은 비판했다.
비우면 편안하다
'도덕경'으로 유명한 노자는 무위자연, 즉 도가사상의 대표적인 은둔 철학가로 알려졌다. 그가 최고의 선으로 표상한 '물', '여성', '아이'를 보면 니체의 '낙타', '사자', '아이'가 떠오른다. 같은 듯 달라 보이는 두 철학자 간에 공감의 가치는 바로 '무위'와 '순수'라는 두 글자에 아로 새긴다.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 책은 총 9챕터로 나뉜다. 비움, 빔, 고요함, 물, 부드러움, 뒤섬, 역설, 무위, 길 등이다. 자신을 드러내기도, 책 같은 분신을 남기기도 싫어했던 노자는 한 사내의 부탁으로 5000글자의 지혜를 남기고 떠난다.
그 책이 바로 '노자'다. 비록 짧고 단순한 잠언에 불과했지만 사기를 쓴 사마천도, 논어를 쓴 공자조차도 노자 사상의 위대함에 극찬을 더했다. 바로 그 극찬의 지혜가 비움과 낮춤이라는 지극한 상식이었다.
책은 2500년 전 시대상과 현대를 오가며 무지에 시달리는 대중들을 일깨운다. 헛된 지식과 명예욕에 집착하며 알량한 기교로써 사람을 농락하는 현대인들을 꾸짖는다. 그러며 비움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비우면 편안하다. 뱃속을 비우면 육신이 편안하고 마음을 비우면 정신이 맑아지고 평온해진다. 미워하는 마음이나 사랑하는 마음이나 모두 고통을 가져온다.(중략) 샘은 자꾸 비워야 깨끗한 물이 샘솟는다. 만약 비우지 않고 가득 채우고 있으면 그 샘은 썩어 갈 것이고 결국에는 더 이상 샘솟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자꾸 자꾸 비워야 영혼이 맑아진다. 비우고 또 비워 무위의 경지에 이르면 진정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저 푸른 하늘을 유유히 비상하게 될 것이다.(책 19페이지)
무능한 지도자가 국가를 망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되새기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라고 일침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사항을 거부하고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겁박하는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 대선 공약은 거의 대부분 파괴됐고, 역대 정부 최악의 경제실패로 민생은 파탄이다. 메르스 대응 실패로 국민 안전에 무능했고, 반헌법적·반민주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최근 당대표에 도전한 추미애 의원도 비판을 더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3년이 바로 혼용무도의 지경이었다. 개념이 모호한 창조경제와 초대 총리 '인사 참사'를 시작으로 세월호 사건, 국회법 사태, 교과서 국정화, 메르스 등 돌이켜봐도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군주인 박 대통령으로 인해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다."
노자는 군주의 덕목으로 낮춤을 강조한다. 등용한 인재들의 직언을 떠받들라고 충언한다. 군주는 자고로 모든 것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타이른다. 하나의 편견이 아집을 낳고 그 아집은 독선과 오만으로 뻗어나간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우친다.
"노자의 지혜를 빌린다면 지도자가 몸소 그렇게 바삐 움직일 게 아니라 인재들을 잘 등용해 활용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오늘날의 국가지도자들은 인재를 잘 등용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그 인재들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국정의 모든 일들에 최고 지도자가 일일이 나서서 참견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그런 모습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기를 희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사람은 무능한 지도자다. 특히나 복잡한 현대의 국가체제를 이끌어 가면서 지도자 혼자서 모든 일을 감당해 내려고 한다는 생각은 무리다."(책 69페이지)
겸양지덕의 미가 바로 군주의 덕목세종대왕, 영조대왕, 정조대왕 등등. 시대의 성군들은 저마다 '과인'이란 호칭으로 자신을 낮추었다. 과인이란 자신의 덕이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다. 자신을 낮춤으로 남을 높이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높이는 미덕이다. 겸양지덕의 미가 바로 군주가 행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현대는 정치인들의 춘추전국시대와도 같다. 구의원부터 시의원, 국회의원부터 국무총리까지 모두가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 선거 때에는 굽실거리며 표를 호소하더니 당선만 되면 주인 노릇하기 일쑤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잠언이 한낱 문장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인천대 총장으로 당선된 조동성 교수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학교 조직에는 군림하고 복종하는 문화가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인천대의 머슴이라면 저는 인천대의 머슴의 머슴이다."
강하면 부러지는 법,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이라고 노자는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모성애의 부드러움을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강함으로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부디 못난 아비의 뒤를 쫓는 무능한 지도자의 말로를 보이지 말기를 강권한다.
"갓난아이의 특징은 부드럽다는 것이다. 마음이 기를 부리는 것과 같은 인위적인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노자는 마음이 기를 부리면 몸이 뻣뻣해진다고 본다.(중략) 노자는 사물은 자연의 조화를 벗어나면 천연의 부드러움을 떠나 뻣뻣해지게 된다고 보며 이는 곳 쇠락과 죽음의 징조로 파악한다. 굳고 뻣뻣한 것은 죽은 무리이다.(중략) 결국 자연상태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 그리하여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노자가 말하고자 한 양생의 핵심인 것이다."(책 113페이지) 덧붙이는 글 | 책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 이석명 지음. '천지인 출판사'. 2011년 9월 15일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