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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딴 옥수수. 바로 찜기에 넣으려고 마당에서 껍질을 벗긴다.
갓 딴 옥수수. 바로 찜기에 넣으려고 마당에서 껍질을 벗긴다. ⓒ 최종규

올봄 아이들하고 옥수수를 신나게 심었습니다. 나는 괭이 한 자루하고 호미 한 자루로 밭을 갈며 돌을 골랐고, 밭을 다 간 자리에는 아이들 손을 빌어 씨앗을 한 톨씩 넣었어요. 씨앗을 두 톨이나 석 톨을 넣고 나중에 솎아내기를 하라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는 한 자리에 한 톨씩 심었어요.

밭을 일구기 앞서 씨앗을 불렸지요. 지난해에 건사한 '씨옥수수'에서 '씨알'을 훑어서 물을 머금도록 했어요.

아버지가 밭을 일구면 아이들은 아버지 둘레에서 흙놀이랑 풀놀이를 합니다. 밭 귀퉁이에서 돋는 흰민들레를 들여다보면서 아이 곱네 하다가는, 민들레씨가 동글동글 맺히면 꽃대를 톡 꺾어서 후후 날려요.

 올봄에 괭이 한 자루하고 호미 한 자루로 밭을 갈았다.
올봄에 괭이 한 자루하고 호미 한 자루로 밭을 갈았다. ⓒ 최종규

 씨옥수수에서 심을 씨앗을 덜었다.
씨옥수수에서 심을 씨앗을 덜었다. ⓒ 최종규

아이들이 내 곁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괭이질이나 호미질에 힘을 냅니다. 뒤꼍에도 심고, 마당에도 심으며, 때때로 씨옥수수를 입에 머금기도 했어요. 씨앗을 물에 불려서 심어도 잘 된다고 하지만, 밭을 갈아서 두둑을 이루는 동안 입안에 씨앗을 머금어 '내 침'으로 씨앗을 불린다고 할까요.

씨앗을 입에 머금어 침으로 불릴 적에는 내 침에 깃든 기운(유전자)이 씨앗으로 스민다고 해요. 이렇게 하면 나중에 열매를 맺을 적에 우리 몸에 한결 좋으면서 싱그럽게 된다고 합니다. 씨앗은 입에 머금을 적에는 팔 분 남짓 머금습니다.

 아이하고 함께 심기
아이하고 함께 심기 ⓒ 최종규

 씨앗을 바로 심기도 하고, 싹을 따로 키워서 옮겨심기도 했다.
씨앗을 바로 심기도 하고, 싹을 따로 키워서 옮겨심기도 했다. ⓒ 최종규

 이제 막 오르는 옥수수싹
이제 막 오르는 옥수수싹 ⓒ 최종규

 이런 어린 싹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어린 싹이 엊그제 같은데. ⓒ 최종규

아이들하고 심은 씨앗은 천천히 싹을 틔웁니다. 천천히 줄기를 올립니다. 그야말로 천천히 자라는데, 마치 아이들하고 같은 모습이로구나 싶어요. 아이들도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되 열 몇 해에 걸쳐서 천천히 자라니까요. 옥수수로서는 석 달에 걸쳐서 천천히 자라요.

잘 자라는 옥수수한테는 나비하고 잠자리도 찾아듭니다. 때때로 작은 새가 옥수수잎에 앉으려 하다가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참새나 박새가 옥수수잎에 앉으려다가 미끄러지면서 부리나케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요.

바야흐로 석 달을 기다린 옥수수를 따는 날 아침, 아이들을 부릅니다. "자, 우리 이쁜 아이들아! 너희가 먹을 옥수수를 너희가 따렴."

 무럭무럭 익는 옥수수
무럭무럭 익는 옥수수 ⓒ 최종규

 씨앗 한 톨은 어느덧 키다랗게 오르고 굵다랗게 열매를 맺는다.
씨앗 한 톨은 어느덧 키다랗게 오르고 굵다랗게 열매를 맺는다. ⓒ 최종규

 옥수수잎에 내려앉아서 쉬는 나비.
옥수수잎에 내려앉아서 쉬는 나비. ⓒ 최종규

요렇게 돌려야 하나 조렇게 비틀어야 하나 아이들 나름대로 머리를 짜냅니다. 이래저래 흔들다가 그만 옥수수 꽃대를 꺾기도 합니다. 괜찮아. 옆에 있는 다른 꽃대가 있으니 그 꽃대에서 다른 어린 열매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어.

앙증맞으면서 알찬 옥수수 넉 자루는 씨옥수수로 삼으려고 따로 갈무리를 해서 처마 밑에 매답니다. 흰알하고 까만알이 섞인 옥수수를 한동안 바라봅니다. 갓 딸 적에는 부울그스름한 빛깔이 감도는데, 이대로 한참 두면 까맣게 물들어요. 어쩜 빛깔이 이리 고울까.

석 달을 기다린 옥수수를 찜기에 넣습니다. 감자도 함께 넣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한 시간을 더 기다리면 돼. 석 달을 기다렸으니 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이들하고 옥수수를 따며.
아이들하고 옥수수를 따며. ⓒ 최종규

 너희 나름대로 잘 따 보렴.
너희 나름대로 잘 따 보렴. ⓒ 최종규

 예쁜 아이 넉 자루를 골라서 씨옥수수로 삼는다.
예쁜 아이 넉 자루를 골라서 씨옥수수로 삼는다. ⓒ 최종규

 너도 껍질을 벗겨 봐. 네가 먹을 옥수수이잖니.
너도 껍질을 벗겨 봐. 네가 먹을 옥수수이잖니. ⓒ 최종규

 자, 마지막으로 한 시간 잘 기다렸니? 맛있게 먹자.
자, 마지막으로 한 시간 잘 기다렸니? 맛있게 먹자. ⓒ 최종규



#시골노래#옥수수#시골살림#고흥#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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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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