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일정(7.30~7.31)으로 여수 소호항을 출발한 범선 코리아나호에는 이대원장군 호국정신선양회장 이민식씨가 동승했다. 승선자 속에는 키르기스스탄출신 외국인 노동자 21명과 전남요트협회 소속 회원 20여 명이 함께했다.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은 2015년에 여수인근에 거주하는 원어민 교사 20여 명을 선상항해에 초대했고, 그 멤버 중 한명인 '카슴'이 "바다가 없는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동료들에게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해 20여 명을 초대했다.
수중건설업체 해양산업 대표인 이민식씨는 이대원장군이 순국한 손죽도가 고향이다. 손죽도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로 애쓰는 그는 사비 8천만원을 들여 손죽도항 입구에 이대원 장군 동상을 세웠다(2015.5). 주의사항이 끝나고 백야도 등대를 지날 무렵 이민식씨가 이대원 장군에 대한 역사 강의를 마친 후 손죽도 자랑거리를 내놓았다.
▲ 충효의 섬 ▲치유의 섬 ▲돌담길 ▲시누대 숲길 ▲둘레길 ▲우주발사기지 전망대 ▲선사시대 유적 -조개무덤과 돌도끼소호항을 떠난 배가 순풍을 타고 한참을 달리자 아름다운 백야도 등대가 보인다. 육지에서만 보았던 백야도 등대를 바다에서 올려다보는 맛은 또 다르다.
불볕더위로 시달리다 바다로 나가면 온통 시원할 것 같지만 찜통더위는 바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예상한 정채호 선장은 출발 전에 갑판 앞뒤에 커다란 캐노피(천막)를 펼쳐놔 일행은 시원한 그늘막 아래에서 배 주위에 펼쳐지는 경치를 조망했다.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발사기지 앞에 닻을 내린 코리아나호에 승선했던 카슴 동료들은 바다에 뛰어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뱃전에서 거꾸로 다이빙하던 몇 명이 사다리를 타고 10여 미터 높이의 전망대까지 올라가 다이빙하며 수영을 즐기는 동안 전남요트협회 회원들은 우주발사기지를 바라봤다. 높이 솟은 세 기둥과 연구동. 불을 뿜으며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나로호를 상상하며 우주강국에 대한 꿈을 꿔본다.
오후 4시, 드디어 손죽항에 도착했다. 손죽도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엄지와 검지를 펼친 손바닥 안쪽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외해의 파도를 막아주는 천혜의 섬이다. 깃대봉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아름다운 삼각산으로 둘러싸인 해변은 금모래로 빛나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튜브와 수영장비를 들고 손죽해수욕장으로 떠나고 요트협회 회원들은 이대원 장군 동상 앞에서 잠시 묵념을 마친 후 둘레길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시누대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손죽도
손죽도의 유래는 시누대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대원 장군 동상 뒷길로 올라가자마자 시누대밭 사이로 난 둘레길이 보인다. 대낮인데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하다.
봉화산 높이가 기껏해야 162.3m 밖에 안 되는데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민식씨의 말에 의하면 많을 때는 1800여 명까지 이르렀고 학생수도 300여 명에 달했다는 손죽도에는 현재 78세대 140여 명이 살고 있다. 학생도 3명에 교사 1명과 보조교사 1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농작물 재배가 충분해 보이는 밭이 묵힌 지 오래돼 잡초만 무성하다. 힘들어 둘레길 주변에 쳐진 로프를 잡고 오르는데 로프가루가 손에 잔뜩 묻어난다. 둘레길 조성할 때부터 로프종류 선택에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했다는 이민식씨가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이 로프는 PP로프입니다.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상한다고 반대했었는데 그대로 설치해 이렇게 됐네요. 멀티로프는 자외선에 강하고 수명도 깁니다. 저 위로 가면 멀티로프가 설치돼있는데 한번 비교해 보십시오."저지대를 지나 봉화산 인근에 이르러 멀티로프를 만져보니 손에 묻어나지도 않고 튼튼한 감이 온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소거문도와 평도쪽 절벽을 보니 절경이다. 일행 중 누군가 "카프리섬에 온 것 같다!"고 외쳤다.
저 멀리 거문도가 보이고 우리나라 섬 중 가장 아름답다는 백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절벽길을 따라 잘 만들어진 둘레길을 돌던 눈앞에 안타까운 모습이 보인다. 수백년 된 방풍림에 죽은 나무들이 서 있었다. 안타까운 모습은 또 있었다.
아름다운 둘레길을 위해 좀 더 세심히 배려해야!절벽쪽으로 1미터만 옮겨 둘레길을 내면 비경을 감상할 수 있을텐데 절경이 보이지 않고 바위와 저멀리 바다만 보인다. 앞장서 가던 일행 중 금속공학을 전공했다는 분이 혀를 찼다.
"철판위에 일반페인트를 칠하면 금방 녹이 슬어요. 하지만 용융아연도금을 하면 녹이 슬지 않아 오래갑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는 일반페인트칠을 하고 잘 띄는 곳에는 제대로 되어 있네요."
누구 탓일까? 감독기관? 업자? 제발 더욱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 양심을 속이는 일이 없기를 빈다. 동네로 내려오니 정겨운 돌담사이로 꽃들이 가득한 정원들이 보인다. 구경만 하지 말고 들어와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라는 손죽도 인심.
일상에서 벗어나 왁자지껄 떠들며 담소를 즐기는 일행을 떠나 조용한 박양수씨 댁에 하룻밤 민박을 청했더니 깨끗한 이부자리와 보리차까지 제공해줬다. 다음날 아침 요금을 지불하려 하자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부부에게서 손죽도 인심을 다시 한번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