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8/2)
· MBC "높아지는 공세 수위…2야 '선명성' 경쟁"(21번째, 김천홍 기자, http://goo.gl/12dR0a)지난달 31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야3당의 공조체제를 강화해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며 야권공조 의사를 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전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며 화답했다. 지금까지 사드 배치, 김영란법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던 야3당이 쟁점법안에 대해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자 MBC는 이러한 '야권 공조'를 야당 간 '선명성 경쟁'으로 갈음하며 야권을 깎아내렸다. MBC "높아지는 공세 수위…2野 '선명성' 경쟁"에서 앵커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원내 야당은 경쟁하듯 대여 강경 노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선명성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특조위 활동 중단, 사드 배치, 측근 비리 등 실정을 반복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맞선 야당의 공조를 '강경 노선 경쟁'으로 갈음한 것이다. 특히 "두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있다"는 표현은 명백한 왜곡이며 야당에 대한 '흠집내기'이다.
보도에서 기자는 "사드 배치 반대 결의를 나타낸다며 파란 리본을 달았습니다" "어제 사드 배치 예정 지역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 반대 투쟁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라며 국민의당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안보 정당을 강조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하고는 안철수 전 대표의 5월 당시 "국민의당이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입니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이는 사드 배치를 찬성해야만 '안보 정당'이라는 MBC의 편협한 인식이 반영된 프레임이다. 실제 사드 배치로 인해 외교적 위기가 초래되는 등 한국의 안보는 더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로의 편입이라고 해석하면서 '신 냉전체제'를 방불케 하는 군비경쟁이 가시화됐고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 지역이 러시아와 중국 미사일의 직접 타격대상에 들어간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사드가 정작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점은 국방부도 인정한 결점이다. 안보를 위해 배치했다는 사드체계가 또 다른 안보위협을 초래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MBC의 국민의당 비판은 억지에 가깝다.
MBC의 부당한 공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기자는 이어서 "지난해 폭력 시위 현장에서 쓰러져 입원 중인 시위 참가자를 방문하는 등 장외투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라며 국민의당의 백남기 농민 위로 방문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8개월째 의식불명 상태인 백남기 농민은 보상은커녕 정부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MBC는 경찰의 과잉진압 및 정부의 모르쇠에는 침묵한 채, 국민의 정당한 집회를 '폭력시위'로, 공권력에 희생된 농민에 대한 예우를 '장외투쟁'으로 매도했다.
MBC의 다음 타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국민의당에 대한 공세를 마친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증세' 단골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며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서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여당에 각을 세웠습니다"라며 더민주의 '세법개정안'을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취급했다. 여기에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을 연장해주면 추경을 처리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웠습니다"라는 설명까지 더해,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화룡점정'을 보여줬다.
이것도 왜곡이다. 더민주의 세법개정안은 지난달 28일 나온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대응으로서, 정부안을 수정만하는 그간의 관행을 깨고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여전히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배제하면서 '투자 위축'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에 더민주는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여 조세 불평등과 세수 확충을 꾀했다. 양극화 문제는 여야가 모두 시급한 현안으로 꼽는 만큼, 다양한 의견과 쟁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MBC는 더민주 안에 대한 설명도 없이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만 부각하면서 노골적인 친정부 편향성을 드러냈다.
세법 개정안과 관련도 없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문제까지 첨언한 대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당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려는 MBC의 꼼수일 뿐이다. 정부‧여당은 갖은 방해공작 끝에 지난해 8월이 되어서야 특조위 예산을 배정했고 핵심 인력인 진상규명국장 등 19명의 인력을 끝까지 파견하지 않았다. 이런 패악 끝에 정부는 지난 6월 특조위 활동을 강제 종료시킨 것인데, 이런 사실에 철저히 침묵을 지킨 MBC가 야당을 비판할 때만 세월호 특조위를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보도 말미에서 기자는 "두 야당은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도 공동 발의하기로 하는 등 갈수록 대여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며 공수처 논란까지 역시 '여당을 향한 공세'로 치부했다.
진경준 검사 넥슨 비리 파문, 홍만표 변호사 불법 수임 사건, 30대 검사를 자살로 몬 폭력검사 사건 등 끊이지 않는 검찰의 추문까지 '정쟁'으로 규정하는 MBC야말로 정부의 편에 서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이 MBC가 말하는 "대화와 타협"이라면 그런 협치는 거부하는 편이 옳다.
· KBS "국민 안위 달린 사드…직접 만나 설득"(6번째, 최동혁 기자, http://me2.do/GsqSHzeZ), "모래쯤 대구경북 의원 면담, 민심 청취"(7번째, 남승우 기자, http://me2.do/5k8Iu5g9), "4곳서 운용 경험…사드 안정성 자신"(8번째, 김희용 기자, http://me2.do/GHiIU8wS)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사드 배치 정당화에 목청을 높이자 KBS가 2건의 보도로 받아썼다. 2일 방송사의 국무회의 보도는 모두 '용비어천가' 수준이었다. 방송사들은 지적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종전의 '불통'과 '권위주의'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은 사드의 안정성과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국방부의 입장만을 되풀이했고 '괴담과 유언비어'까지 언급해 본질을 흐렸다. 안보 문제를 자신의 부모님을 잃은 사건과 비유한 대목에서는 과연 대통령이 당장 생존의 위협을 느낀 성주 주민들에 진지하게 공감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아닌 지역 의원들과 기초단체장들을 만난다는 의중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까지 찾아온 유가족을 차갑게 외면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런 비판점에 철저히 침묵했다. 지상파 3사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에도 은폐했다.
'용비어천가'를 읊은 방송사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박 대통령 발언에만 2건을 할애한 KBS가 독보적이다. KBS "국민 안위 달린 사드…직접 만나 설득"에서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데 사드 배치 갈등이 멈추지 않아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 "철저한 검토 끝에 내린 결단인데도, 명백히 입증된 과학적 근거보다는 각종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 등 박 대통령의 심경을 대신 호소한 후 "저도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입니다"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 장면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보도인 "모래쯤 대구경북 의원 면담, 민심 청취"는 "사드 배치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더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당장 모레(4일)쯤, 대통령과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이 청와대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고 "대구·경북의 일부 초선 의원들이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해 이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며 "대통령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는 것이다. 보도 말미에는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지지부진한 사드 배치 문제에 활로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선전하기도 했다.
KBS는 여기에다 "4곳서 운용 경험…사드 안정성 자신"라는 1건의 보도까지 덧붙여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 정당화에 한껏 힘을 실었다. 이 보도는 "저는 지난 5년 동안 4개의 사드 체계를 3개국 4곳에 실전 배치하는데 관여했기 때문에 사드 체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사드의 안정성을 강조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을 받아썼다.
이날 타사도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으나 2건에 걸쳐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와 '소통 행보'를 운운한 방송사는 KBS뿐이다. KBS의 이런 '용비어천가'는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민언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